피렌체로 간다
숙소 창문 틈으로 푸른 여명이 천천히 들어왔다.
밤새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둠은 조금씩 뒤로 물러났고,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임프루네타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 깊은 고요 속에 머물러 있었다. 새들이 짧게 울었고, 창밖 공기는 새벽 특유의 차갑고 촉촉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간밤의 서늘함은 돌바닥과 담벼락 사이에 아직 남아 있었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골목도 아직은 적막했다.
오늘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 예정이라 몸만 가볍게 숙소 밖으로 나섰다.
좁은 골목 사이로 푸른 새벽빛이 흐르고 있었다. 가로등은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희미한 주황빛을 남기고 있었고, 그 빛은 새벽의 푸른 기운과 뒤섞여 묘한 색을 만들어냈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은 이른 아침의 고요가 함께 했다.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어 선 임프루네타의 집들은 오래된 테라코타 지붕을 얹고 있었고, 벽은 크림빛과 연갈색, 흐린 분홍빛으로 바랜 채 아직도 새벽 공기 속에 잠겨 있었다.
이 높은 마을에서는 어디를 바라보아도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멀리 이어지는 언덕과 들판, 낮게 깔린 안개, 아직 잠든 듯한 숲과 포도밭인가? 암튼 층층이 겹쳐져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시선이 주는 평온함이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 고요하고 느려서, 마치 세상에서 이 마을만 홀로 잠시 멈춘 것 같은 아침이었다.
첫 버스가 천천히 도착했다.
아직 승객도 많지 않았다. 버스 안에는 출근길에 나선 듯한 사람 몇 명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피곤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들, 무릎 위에 올려둔 가방,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들. 버스는 부드럽게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임프루네타의 새벽 풍경, 아니 이른 아침 풍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구릉처럼 부드럽게 이어진 언덕선은 새벽빛 아래 잔잔한 물결처럼 굽이쳤고, 낮은 안개는 들판 위를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올리브나무와 포도밭이 이어진 풍경은 아직 햇살이 닿지 않아 푸른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고, 멀리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근위병의 실루엣처럼 서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 길게 이어졌다.
버스는 커다란 몸집으로 천천히 지그재그 길을 돌며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한 번 꺾일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방금 지나온 마을의 지붕들이 어느새 저 멀리 위쪽에 남아 있었고, 그 아래로는 굽이치는 길과 올리브나무 밭, 붉은 지붕의 집들이 이어졌다.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천천히 넘어가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 속도였다. 그 느린 움직임 덕분에 차창 밖 풍경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마을 아래에서, 한 번 버스를 갈아타고 나자 도시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언덕과 들판, 낮은 주택들이 이어지던 풍경은 어느새 건물과 도로, 상점들로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 갓 문을 연 카페 앞에서 의자를 정리하는 직원,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노인까지.
그렇게 피렌체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잠에서 깨어나고, 나는 점점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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