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부. 자연 속의 교감, 몸과 마음의 발견 (1)
새벽의 서울은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듯, 희미한 안갯속에 갇혀 있었다.
도심의 불빛이 옅은 안개를 밀어내지 못한 채 떠다니고, 그 아래로 고요한 골목길이 길게 뻗어 있었다.
프롤은 검은 외투 깃을 세우고, 하얗게 숨을 내뿜었다.
그의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옆에는 에필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새벽빛을 머금어 은빛으로 반짝였고, 입김 사이로 번지는 숨결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오늘은 천천히 걸어보자. 몸과 마음을 느끼면서.”
프롤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묘한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하루의 시작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다짐처럼 들렸다.
에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직 잠이 덜 깬 도시의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남산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이른 시각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간혹 오토바이가 지나가며 공기를 가르고, 고양이 한 마리가 담벼락 위로 조용히 몸을 옮겼다.
도시의 소음이 점점 희미해지고, 대신 발끝 아래서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지금 이 순간을 느껴라’라고 말하는 듯했다.
자락길에 들어서자, 공기의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차가우면서도 생생한 풀 향기, 나무껍질의 거친 숨결, 멀리서 울려오는 까치의 울음.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에필은 빗방울이 막 떨어질 때 나는 흙냄새를 좋아했다.
에필은 두 손을 코 가까이 가져가 숨을 들이마셨다.
“이 향기, 마치 오래된 기억 같아.”
“기억도 몸 안에 남는 냄새일지도 몰라.”
프롤이 대답했다.
“우리가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도 결국 몸의 감각을 따라가잖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