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민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울적했던 어제, 처음으로 육아 실용서가 아닌 육아 에세이를 꺼내 들었다. 군인인 남편과 함께 강원도 화천에서 아이를 키우는 작가. 내게는 너무 먼 얘기인 '시골육아', 먼 얘기가 될 '가정보육'에 대해 도란도란 풀어놓는다. '봄에는 올챙이를 찾아다니고 여름이면 계곡에서 수영을 하고 가을에는 낙엽 왕관을 만들어 쓰며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둔다'(P162)는 생활은 내 기준에선 호사스럽기 그지없다. 한없이 부럽다가도 작가의 솔직함과 소박함에 이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도 아이랑 숲속을 함께 거닐고 세발자전거를 타고 시골 동네를 달리고 싶어라! 다 읽고 나면 아이를 안고 아파트 단지라도 한 바퀴 돌며 사랑한다 속삭이고 싶어진다. 책을 덮고 거실 커튼을 열었다. 아이를 안은 채 한참 햇빛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환기가 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책.
밑줄쳤다.
1. 책(<동의보감>)에서 멋진 글을 발견했다. '부유한 집이라 할지라도 절대 새 모시나 새 비단으로 옷을 만들지 말라.' 할머니의 옷을 잘라 아이 옷을 지어 입혔다는 조상의 지혜를 듣고 '바로 이런 게 그린마인드지!' 싶어 손뼉을 쳤다.
2. "아가, 비우는 마음으로 있다가 오너라. 빈 마음, 빈 시절은 나중에 다른 걸로 채우면 되니까. 강원도 시골살이 고단하지? 그래도 그늘에 오래 앉아 있으면 밝음이 보인단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딸의 투정에 지칠 법도 한데, 엄마는 늘 한결같은 답을 내놓았다.
3. "우리는 엄마가 된 덕에 두 번째 기회를 얻어요. 바로 감정을 자각하고 다루면서 사고하는 수업을 받는 거예요. 어릴 땐 엄마 아빠를 통해서 배우고, 엄마가 되어서는 아이를 통해서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