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지 2달이 지났다. 상황이 안정적으로 풀리길 희망했지만 내전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점점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보통 언론의 보도는 과장되기 마련이라는 생각과 달리 미얀마 친구로부터 직접 받는 소식들은 훨씬 더 심각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조차 군부의 총알에서 안전하지 못했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쓰여야 할 무기들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쓰이고 있다.
오늘 미얀마 친구로부터 받은 소식에는 만달레이에서 군부가 가정집마다 불을 지르고 다녀 약 150채가 넘는 집들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본인의 집은 다행히 무사했지만 사촌의 집은 불에 타버렸다고 한다.
군부의 총알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해외 여론을 의식한 건지 군인과 경찰들은 낮과 밤 상관없이 기습으로 순찰하면서 핸드폰을 확인하여 시위 관련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면 바로 감옥으로 연행된다고 한다.
오늘 친구는 눈앞에서 친한 친구 2명이 잡혀가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본인은 외출할 때 스마트 폰을 집에 두고 나왔고, 친구들이 경찰에게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해줘서 무사할 수 있었다고... 그게 너무 분하고 슬퍼 날이 밝은 대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친구들을 구하러 간다고 한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야
미얀마 군부는 본인들이 한 짓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고, 시민들의 폰을 감시한다지만 21세기에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이미 한국에 있는 나조차 군부가 얼마나 잔혹한 탄압을 하는지알고 있는데.
단지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한 것은 이 모든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시민들을 지켜낼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 제재를 해도, 이미 군부의 많은 자본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고 있는 데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 요충지, 미-중 힘겨루기 등등 국제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 단, 국제사회가 이기적인 의사결정을 하면 할수록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불과 3달 전 내가 걸었던 길이 화염에 휩싸이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총을 피해 도망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