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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lahwah Jul 14. 2021

다시, 미얀마

인연인 건가

미얀마를 떠난지 반년이 넘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응급상황으로 인해 강제 귀국이 결정되었고, 짐도 제대로 싸지 못한 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비행기 창밖에서 미얀마를 바라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정든 미얀마 동료들, 엄마, 여동생 등 2년간 살면서 내가 이 나라를 사랑하게끔 만들어준 고마운 인연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고, 이 아름다운 나라를 더 눈에 담지 못한다는게 못내 슬펐다. 그리고 귀국 후 3개월은 전 회사와의 업무 정리와 지인들에게 인사 다니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중간에 다시 미얀마 파견 이야기가 나왔지만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남으로 인해 결국 무산되었다. 매일 미얀마 뉴스를 확인하며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 마음을 졸였고, 약간의 기부 활동 등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한국에 적응했다.


2년간 떨어져 지낸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24시간 전기와 물이 끊기지 않는게 신기했고 언제 어디서든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한국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미얀마는 점점 잊힌 듯했다.


그러다 파견직으로 미얀마와 필리핀 두 곳에 같은 날 합격을 했다. 경력상 필리핀으로 가는 게 더 맞았지만 미얀마를 포기하기 너무 아쉬웠다. 결국 가족 및 지인분들과 상의한 끝에 미얀마로 가기로 했고 그렇게 다시 인연이 시작되는가 싶었더니...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었다. 쿠데타와 시위로 인해 제2의 인도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던 것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미얀마 관련 뉴스 및 현지 소식을 확인하니 군부는 제대로 관리할 능력과 생각도 없는 듯하고 의료 병상 및 산소 부족으로 인해 난리라고 한다.

출처: JHU CSSE COVID-19 Data


아직 부임까지 몇 달의 여유 기간이 있고 백신도 맞을 거지만, 정말 다시 미얀마로 갈 수 있는 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미얀마의 상황이 불안정하여 불안하기도 하거니와 중간에 여러 번 미얀마와의 인연이 무산된 적이 있었기에 솔직히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천천히 준비 중이다.

인생이 절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작년에 뼈저리게 경험한 이후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인연이면 자연스럽게 흘러감을 깨달았기에(정신건강에 유익하다). 물론 노력을 게을리해서도 안되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어렵사리 이어진 인연이기에 미얀마를 더 철저히 공부해보고자 한다.


(미얀마어부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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