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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lahwah Sep 14. 2021

미얀마로 가는 길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드디어 미얀마로 간다.

중간에 미얀마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여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더군다나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내 나이대에 접종 가능 시기는 하반기였고, 잔여백신 예약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미얀마와의 인연이 또 무산되나... 싶었던 차에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에서 해외 출국자를 대상으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접종 후 특별입국 허가와 비자 발급까지 정신없이 이루어졌다.

 월요일 아침 코로나 검사를 받고 오늘 아침 영문 검사서 까지 무사히 발급받았다. 자꾸 해외로 나도는 딸이 뭐가 이쁘다고, 우리 부모님은 아침 일찍 기차역까지 태워주셨다.


 20대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는데 이제는 떠나는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늘어난 흰머리와 내가 혹여 마음이 무거울 까 봐 애써 평소처럼 행동하시는 모습에 울컥하여 눈물을 꾹 참았다. 기차 타자마자 엉엉 울긴 했지만...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건 좋지만 참 가족에게 못할 짓인 것 같아 다음에도 이렇게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울역에 도착할 때쯤 내 몸만 한 짐가방들을 긴장한 채로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칸에 타고 있으셨던 아저씨 두 분께서 짐을 엘리베이터까지 옮겨주셨다. 무시해도 되는 번거로운 일을 웃으시면서 도와주시는 두 분 덕분에 복 받은 기분이었다. 다시금 너무 감사드린다.

웬수 같은 짐들...다시는 해외 나가나봐라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드디어 내가 먼길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도 한산한 공항을 보니 코로나가 참 인간의 발을 꽁꽁 묶어두긴 했구나 싶었다.

한산한 인천공항. 언제쯤 복작복작일까

MAI를 타러 N카운터까지 가는데 왜 이렇게 먼 건지 어깨는 무겁고 손목은 후덜 거리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그냥 가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차에 처음 보는 미얀마분이 내 짐을 카운터까지 옮겨주셨다. 오늘 귀인들이 넘치는 날인가? 또다시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해져 기분 좋게 출국 심사를 마쳤다.

비행기는 언제나 설레이게 만든다.

이제 약 한 시간 후면 비행기를 탄다. 드디어 미얀마에 다시 간다.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

정치적 불안정과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친 미얀마가 과연 내가 알던 그 미얀마 일까?


불안함과 서글픔을 품은 채, 그렇게 한국을 떠나 또 미얀마와 인연을 맺으러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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