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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ug 23. 2022

연금술사

모호하고 어려운 인생목표 '연금술'

신은 누구에게나 나타난다,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연금술사>는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부터가 비현실적이지만,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내딛는 걸음도 비현실 그 자체다. 만일 2022년에 잠결에 꾼 꿈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모험을 떠나는 사람을 본다면, 우리는 그의 안타까운 최후를 예상할 것이 뻔하다.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와도 전반적인 줄거리가 비슷한 맥락을 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라스트 홀리데이>의 조지아는 더 이상 남지 않은 생을 위해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떠나는 것이고, <연금술사>의 산티아고는 그와 달리 보물을 찾아 더 남은 생을 제대로 살아보기 위함이다.


<라스트 홀리데이>가 가끔 인생에 필요한 무모한 도전을 고취시킨다면, <연금술사>는 자아 실현에 대한 성격이 더 강하다. 제목과 내용에서 나오는 '연금술'은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모호하고 어려운 우리네 인생 목표와도 같을 수 있다. 한편, <연금술사>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경험담을 가상의 주인공 산티아고를 앞세워 소설화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잘 다니던 법대를 중퇴하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 작품이 그 이후 출간된 것을 미루어보아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다니던 여정 중 본인이 느낀 바를 스토리에 녹여냈다는 합리적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본인의 연금술을 완성했을지도 궁금한 지점이다.




예전에 즐겨봤던 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라는 작품이 있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과 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작품 안에서 신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개중에도 마음에 박힌 에피소드가 다면 이웃을 가장한 신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이 결국 자신에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 <연금술사>의 산티아고도 작품 안에서 , 늙은 , 영국인, 파티마, 연금술사의 모습을  , 혹은 그의 메신저를 만난다. 


자아실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토록 평범함으로 무장한 채 오는 귀인을 잡는 것이고, 결국 귀인으로 가장한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지표를 숨기고 우리는 팝콘 장수처럼, 크리스털 가게 주인처럼 나중을 기약하는 삶을 산다. 지금의 안정을 위해서. 그렇기에 2022년에 여행을 떠나는 어떤 산티아고를 걱정하는 것도, 어쩌면 걱정을 가장한 부러움일지 모른다.



인생은 유한하지 않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지표도 언제까지 우리에게 머물러줄지 모른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개를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것을 쥐고 싶다면, 기존에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안정과 도전은 양립할 수 없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불안을 견뎌내는 자만이 귀인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자만이 전설 속의 '연금술'을 완성하고 보물을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지금이 머무를 때인지, 도전해야 할 때인지 언제나 헷갈린다.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내 마음속 지표를 들여다보아야겠다.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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