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했던 여행>
녹색 아오자이를 골랐다,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사진 속의 모습을 당장 지우고 싶을 거라고, 하지만 꼭 녹색이어야만 했다. 베트남 여주인은 남색 아오자이를 건넸다. 남색, 연분홍색을 차례로 입고 마지막 녹색을 입었을때, 어울리지 않는 걸 입으려는 것은 고집인가 아집인가, 사진 속의 모습은 참혹했다. 정말로 어색했던 건, 녹색 아오자이가 아니라 녹색 머리 장식에 있었다 버스 안내양인가, 오라이 출발! 하고 외치며 당장이라도 버스를 호령해야만 할 것 같았다. 지표면이 가장 뜨거웠던 오후 두 시, 거리에는 사람 하나 없고, 실내 손님이라곤 우리 뿐이었다 우린 뽐내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척이라도 해야했지만, 한쪽으로 올라간 입꼬리엔 경련이 일었다 사진 속에서는 입만 웃고 있었다. 관광객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베트남전에서 베트남 사람을 죽인 것도 우리나라 사람이었는데, 그 생각을 하자 그들의 친절에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