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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Dec 03. 2022

에고, 알아차림, 순수한 있음으로 자각하기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 류시화 옮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는 '한 달에 한 권씩 천천히 읽는 온클독' 모임 11월 책이었다.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아이' 사진이 담긴 표지와 책 디자인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옮긴이가 류시화 작가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지구별 여행자>,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영적 교사로 일컬어지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는 생각과 감정을 자신이라고 여기는 인간의 근본적인 착각을 다룬 책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나 자신'이라고 믿고 있던 것은 실제의 내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 - 직업, 생각, 감정, 정체성 등 -을 자신과 동일시했던 것뿐이다.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고, 우리는 사라진 자리를 또 다른 소유로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름과 성별을 자기와 동일시하고 국적과 직업과 소유를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는 이 오류에서 생겨난 '자신에 대한 허구의 이미지'가 '에고'이다. 다시 말해 에고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신적 이미지이며, 그 정신적 이미지는 그 개인이 살아온 배경에 따라 결정된다. p.17 


'자신에 대한 허구의 이미지'가 에고라니.. 그렇다면 나라고 여겼던 특징, 가치관, 정체성 등이 내가 아니라는 말일까. 그렇다면 나는 누구지? 혼란에 빠졌다. 엉켜있는 마음을 붙들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중 '아!'하고 길잡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장 폴 사르트르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발언을 깊이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그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의식은 생각하고 있는 의식과 별개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때, 그 알아차림은 생각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차원의 의식이다. 그리고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알아차림이다.  p.86


생각하는 나와 그것을 '알아차리는 나'는 별개다. 어떤 생각을 하다가 '아~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지하는 또 다른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는 존재가 나라고 여겼는데 그것을 알아차리는 또 다른 나가 있다니. 충격이었다. 생각, 느낌, 행동, 정체성 등이 투영되는 나 이외에 그것을 인지하는 의식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지금까지 의식과 동일화되어 온 그것이 아니라 의식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당신 존재의 궁극적인 진리는 '나는 이것이다.' 또는 '나는 저것이다.'가 아니라 '나는 있다'이다. p.88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나라고 믿었던 것들은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 그것이 에고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또 다른 의식의 차원이 열리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된다. 나는 ‘주부, 여성, 첫째, 내향인, 쓰는 사람 등’이 아니라 '순수한 있음', '존재' 그 자체다. '에고'임을 '알아차리기', 이후 알아차리는 나를 인식하고 나 자신을 '순수한 있음'으로 자각하기.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삶으로 다시 떠오르는 길이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당신의 마음속에 새로운 정보와 신념을 덧보태거나, 어떤 것을 당신에게 확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식의 전환을 가져오려는 것, 즉 당신을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p.32 


저자는 다양한 일화와 철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에고', '알아차림', '순수한 있음으로 자각하기'에 대해 반복해서 말한다. 모든 고통의 원인이 되는 '동일화된 자신 - 에고'를 알아차리고 새로운 의식으로서 '현존'하는 나를 깨어나게 할 것을 권한다.


이번 독서를 통해 이해하고 적용하고 싶은 태도는 세 가지다.


1)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반응하지 않기. 일어나는 감정과 나 자신을 동일화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존재하기. 

저항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는 진정한 자유와 깨달음의 세 가지 측면이다. p.286  


2) 하루 한 번 호흡에 집중하기

많은 사람들은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얕다. 호흡을 자각하면 할수록 호흡은 자연스러운 깊이를 되찾는다. 호흡의 자각은 당신을 현재의 순간으로 오게 한다. 이것이 모든 내적 변화의 열쇠이다. p.309 


3)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예를 들어 빵을 사러 갈 때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인지하고, 걷기 자체에 집중하기

전화번호부를 넘기는 주된 목적은 전화번호부를 넘기는 일입니다. 이차적인 목적이 전화번호를 찾는 것입니다. 방 안을 걷는 주된 목적은 방 안을 걷는 일입니다. 이차적인 목적은 방 반대편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책을 집어 드는 순간, 그것이 당신의 주된 목적이 됩니다. p.335 


처음에는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단어들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개념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저자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꼭 알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알듯 말 듯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야기들이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끝까지 읽고 책에서 말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깨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한 번 읽어서는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책이다. 많은 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데, 무엇이 좋은지 정리해서 말할 수 없는 게 답답하고 아쉽다. 어떤 계기로든 한 번이라도 에고를 인지하고 '알아차림'을 경험했다면, 에고의 방해를 받아 지연되는 일은 있어도 알아차림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한다. 이 책이 계기가 되어 알아차림과 현존의 세계로 들어서길 기대한다. 곁에 두고 자주 읽으며 깨어나면 좋겠다. 새로운 의식의 영역이 열린 듯한 기분이 드는 신비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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