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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n Aug 01. 2021

그녀를 해하려 하였는가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엄지 공주>

“어서 올라오게.”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이요?”


검은 벨벳 코트는 이미 두더지의 끈적한 땀으로 흠뻑 젖었다. 

숲속의 위대한 파수꾼 올빼미 앞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는 것은 모두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 제비는 애당초 날개를 다치고 낙오되어 차가운 바닥에 떨어졌던 것이고, 

 오히려 내가 따뜻한 굴속에 눕혀 놓았기에 그 녀석이 다시 살아서 날아간 것 아니겠소?”

두더지가 두려움을 잊어보려 억지로 큰 목소리를 내어 항변해봤지만, 

올빼미가 큰 눈을 껌벅거리며 목을 휘익- 돌릴 때마다 움츠려들며 부르르 떨었다.

“그럼 그 작은 여자아이는 왜 납치한 거지?”

“납치라니요, 난 그저 옆집 들쥐 노파로부터 신붓감을 소개받은 것이요.”

 올빼미가 눈을 더 크게 부릅 뜨고 물어보자 들쥐는 고개를 숙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만약 거짓말을 했다면 자네를 햇빛이 매우 잘 드는 나무 위 벌집 감옥에 가둘 것이야. 

 그리고 자네 집 창고에 빼곡히 모아둔 음식과 지금 걸친 그 벨벳 코트 등 모든 것을 빼앗을 걸세.”

“정말이라고요! 난 결백합니다!”

올빼미가 가보라는 손짓을 하려 큼직한 날개를 화악-하고 펼치자 들쥐가 “살려줍쇼!”하고 몸을 수그리더니,

고개를 들어 상황을 확인하곤 앞니를 흔들어대며 재빨리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다음 올라오게.”

“위대한 올빼미님, 저를 왜 부르신지 모르겠습니다요.”


왕풍뎅이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진땀을 흘리며 올빼미가 있는 나무 위로 허겁지겁 올라왔다.

“자네는 암컷 풍뎅이들을 선동하여 그 작은 여자아이를 괴롭혔다고 하던데?”

“무슨 말씀을요! 오히려 암컷들이 질투하는 것을 제가 중간에서 얼마나 말렸는지 모릅니다요!”

왕풍뎅이가 더듬이를 무척 빠르게 흔들어대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다면 왜 여자아이를 데이지 꽃에 버린 건가?”

“그건, 그건 그 작은 여자아이가 원했기 때문이지요, 무책임하게 버린 게 아니라 말입니다요!”

뾰족한 더듬이를 나무에 쿵쿵 부딪혀가며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 숲의 신에게 맹세할 수 있는가?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전 맹세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요!”

올빼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풍뎅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땅으로 내달렸다.



“이제 마지막이로군. 올라오게.”

“코……윽스, 코……윽스, 브레……에크…켁!”


질척질척한 피부를 나뭇가지에 힘겹게 걸치며 올라온 아들 두꺼비가 변명을 시작했으나, 

불행하게도 올빼미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자네는 말도 할 줄 모르면서 어쩌자고 혼자 온 거야. 

 아무튼, 자네가 억지로 그 작은 여자아이와 결혼을 하려 했다던데 사실인가?”

“케엑…브레…엑! 에크…케엑!”

“자네 어미 두꺼비랑 같이 왔어야 할 것 아닌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올빼미가 한가득 짜증을 내는 순간 제비가 황급히 날아와 고개를 조아리고 소식을 전했다.

“위대한 올빼미님. 사랑스러운 엄지 공주는 제가 따뜻한 나라의 오래된 성에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꽃의 정령, 왕을 만나 결혼을 약속했지요. 그리고 이제 전 다시 덴마크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조심히 가보거라.”

엄지 공주가 안전하게 지낸다는 소식을 들은 올빼미는 고개를 휘익-돌려 아들 두꺼비를 몇 초간 노려보더니

큰 동작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날개를 화악-펼쳤다.

“자네도 내려가보게. 앞으로 행동 조심하고.”

“리…국스, 리…국스…켁!”

“이 녀석이 대체 아까부터 뭐라고 하는 거야!”

“아드…릭스, 아드…릭스, 에크…케엑!”

올빼미는 미간을 찌푸린 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익- 날아 자리를 떠났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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