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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아uneedluv Mar 10. 2023

보통의 삶

2023.03.09

정갈하게 정돈되기 전 가장 혼돈스러운 법이다. 


정신없는 자택근무 첫 날

모든게 새로워서 그만 1분 지각을 해버렸다.

어영부영하다가 퇴근 체크를 못해버렸다.


보내야 할 서류들을 정리하고

정신없이 방 치우다 잠 들었다.


선잠을 깼다.

그동안 왜 그렇게 고통받았을까.

왜 그리 심란했을까.

왜 꼭 생각한 대로 일이 해결되길 바랐을까.

굳이 안되는 일에 몰두하며 사투했을까 의아했다.


서른이 돼서야 깨달았다.

어린 날의 착각 속에 살고 있었음을.


인생의 전부가 학교였던 그래서 유일한 답이 되었던 시절에 질병으로 인해 고등학교 자퇴를 하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보통의 삶으로 되돌아가려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상황은 여전했다. 휴학에 중퇴를 거쳐야 했음에도 평범한 나이로 살아가려 노력했다. 그 후부터는 제각기 길이 달라졌고 예전만큼 강렬하게 평범한 삶을 동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전의 방향성을 미처 정리하지 않은 채 지냈다보니 여전 보통의 삶을 꿈꿨다.


내 나이 서른, 보통의 삶은 무엇일까? 미혼이어야 할까, 기혼이어야 할까. 프리랜서야 할까, 직장인이어야 할까, 사업인이어야 할까, 취준생이어야 할까, 아르바이트생이어야 할까. 건강해야 할까, 아파야 할까, 회복 중이어야 할까. 독립해야 할까, 가족과 살아야 할까. 자차가 있어야 할까,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할까, 오토바이를 타야 할까. 연애를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결국 이 모든 끝에는 개인의 삶이 있다. 개인이 모여 집단이 된, 많이 겹쳐진 삶의 영역을 보편적이라 일컫지만 우리는 제각기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늦은 밤까지 안방과 내 방의 물건을 정리하며 확실히 알게 됐다. 동트기 전 어둠이 가장 어둡듯이 정갈하게 정돈되기 전 가장 혼돈스러운 법이란 사실을.



보편적인 삶에 얽매이지 않고

마침내 보통의 강상아로서 행복하게 살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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