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후와 작가
<유명희귀질환 프로젝트> 인터뷰
안녕하세요:) <유명희귀질환 프로젝트> 인터뷰이가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궤양성 대장염을 판정받고 휴학하게 되어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허리 디스크로 입원하던 중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그 이후부터 이유 모를 설사와 혈변이 시작되었습니다. 혈변이 멈추지 않아 대장 내시경과 조직 검사를 실시한 결과 ‘궤양성대장염’을 판정받았습니다.
프로젝트의 첫 이야기 ‘근이영양증’을 읽고 남겨주신 댓글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궤양성대장염을 진단받은 지 몇 달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질병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있던 계기를 여쭤보고 싶었어요.
상아 작가님의 프로젝트가 굉장히 용기 있고 멋진 선택이라고 느껴졌어요. 공감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고요! 동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댓글을 닮으로써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더 많은 이들이 선뜻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희귀 질환인지, 그에 관한 치료를 따로 받으시는지 아니면 어떻게 관리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 궤양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현재로서는 완치의 개념이 없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난치성 희귀 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구세대 ‘ 혹은 ’UC’로 약칭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해당 질환은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 질환으로, 명확한 치료방법이 아직 발견되지 못하고 있는 병입니다. 처방되는 약이나 치료법은 모두 대증치료입니다. 이는 염증이 생기는 원인을 몰라 제거할 수 없어 일단 나타나는 염증을 치료하거나, 염증이 생기기 힘든 몸 상태로 조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이 나타나는 ‘활동기’와 증상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관해기’로 구분됩니다. 일정한 간격 없이 무작위로 활동기와 관해기를 반복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 복용하는 약을 조절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혈변, 변의를 참기 힘든 대변급박감, 대변을 보고 나서도 대변을 또 보고 싶은 뒤무직이 있습니다.
설명하다 보니 길어졌는데요, 저는 현재 궤양성 대장염을 판정받은 지 약 7개월이 되어갑니다. 발병 당시 증상은 배가 쥐어짜듯이 아파오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8-10번을 넘어갔으며, 혈변이 지속되었습니다. 금식을 해도 통증이 멈추지 않아 입원하여 링거를 맞으며 상태를 지켜보았습니다.
초반에 복용하게 되는 아주 기본적인 약을 복용하였더니 특이 케이스로 췌장염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단계인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고, 현재는 관해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질병을 진단받은 일보다 질병의 존재를 매 순간 인지하고 삶의 한계를 정하는 일이 어려웠는데요. 궤양성 대장염 진단받기 전과 후의 작가님의 일상, 태도, 생각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하고잡이였고, 지금도 그렇지만.. 결국 건강 없인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 걸 체감한 계기가 되었어요. 질병을 진단받기 전엔 전엔 몸을 생각 안 하고 당기는 대로 먹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 등 제 몸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운동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그림 작업하는 시간을 정해 매일 리듬감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질병에 걸린 뒤로는 전보다 더 사소한 일에 감동을 받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봄에 꽃이 펴서 며칠 전 꽃구경을 갔는데, 이런 예쁜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배가 한창 아플 땐 아무것도 못 먹어서 아 이대로는 평생 죽만 먹겠구나 싶다가, 지금 관해기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 것도요!
‘질병’ 그 자체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진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물론 있습니다! 희귀 질환이라면 앓는 사람의 수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다는 것인데, 판정받고 나서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생각이 우선 제일 컸어요.
특히 제 질병에 대해 두루뭉술 ‘장염 비슷한 거’라며 쉽게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어 속상했습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설명하자니 ‘나 이렇게 힘든 병을 앓고 있어’ 하며 생색내는 것 같기도 하고.. 설명해 주지 않고는 도무지 어떤 병인지 짐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매번 지쳤던 것 같아요.
요즘엔 그냥 포기! 어떤 친구는 전에 한번 병명을 말했는데, 최근에 다시 병명을 듣고는 처음 듣는 것처럼 ‘헐 진짜..?’라는 반응을 하는 친구도 있어서 나름 섭섭했던 기억도 있고요! 하지만 이름도 증상도 어렵고 흔하지 않은 병이니 친구의 입장도 이해됩니다..!
다시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 때마다 현실과의 괴리에서 울적하다가 번잡해지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은 건강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시는지, 나누주실 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한다거나 좋은 생각을 한다. 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요:)
정말 공감하는데요! 저는 지금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관해기이지만, 가끔씩 배가 아파올 때면 지옥 같았던 순간들이 떠오르고, 활동기로 다시 돌아갈까 두렵습니다.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 너무 많았어요. 아무렇지 않았을 때 여행도 많이 다니고 더 많은 걸 경험할걸! 하는 후회도 남고요.
복잡해진 마음을 다잡을 때 저는 릴스를 보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것 같아서 봤는데 요즘엔 조금 달라요. 보다 보면 웃기릴스가 하나쯤은 나오는데, 친구한테 공유하면서 같이 웃고 떠들다 보면 방금까지 눈물 흘리고 울적하던 것도 금세 잊고 저도 모르게 어느새 웃고 있더라고요. 억지로라도 웃으면 건강해진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웃을 때 마음도 몸도 건강해짐을 느낍니다.
질문에서 살짝 벗어난 이야기 같지만,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후와후와 인스타를 보면 굉장히 따듯해요. 잔잔하면서도 포근하달까요? 후와후와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원래 그림을 그리셨었는지 정말 궁금해요:) 또, 굿즈 판매도 열심히 진행 중이신데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실까요?
와! 작가님의 그림만 할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은 작가님이 처음이라 너무 기뻐요. 보는 이에게 그런 따뜻한 인상을 준다면 더 열심히 그릴 의지가 생겨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진 않았지만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저만의 캐릭터를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하는 편이라 휴학한 김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동생은 강아지를 좋아해서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다 보니 탄생한 게 후와후와 친구들인 것 같아요: )
지금은 허리 디스크가 심해 그림도 누워서 그리고, 굿즈도 누워서 제작하고 있지만 얼른 나아서 일러스트 페어에도 참여해 보고 싶어요! 굿즈 만든 게 처음이라 아직까지 좀 서투른 편인데 요령을 터득한다면 후와후와 친구들로 더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하나의 꿈이라면 꿈입니다ㅎㅎ
희귀성 질환을 진단받게 되었거나 희귀성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들께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작가님은 어떤 말을 하실 것 같나요?
저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분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도 알아가고,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저 말고도 같은 질병을 진단받은 분들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어 희귀성 질환이지만 혼자가 아님을 느꼈어요!
우리 같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낙담하고 슬퍼하는 시기도 분명 있겠지만 그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한테만 손해인 것 같더라고요. 우리 얼른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집시다!
사람들이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고 <유명희귀질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실 분들께 또는 작가님 스스로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먼저 유명 희귀 질환 프로젝트를 열어주신 상아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유명 희귀 질환 프로젝트의 인터뷰이로 임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들 유명 희귀 질환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요.
주변에 희귀 질환 환우가 있다면 정말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 거고, 또 지금도 많이 힘들 거예요.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귀한 시간 내주시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와후와 작가의 그림이 더 보고 싶으시다면 https://www.instagram.com/huwahuwa.studio/ 링크 눌러서 구경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