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도시 다이어트 Vol.9]
수국의 계절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수국을 보러 갈 상황이 아니니, 브런치에 수국 이야기나 가볍게 적어볼까 합니다.
일본 하루노정(春野町)은 수국이 피어있는 길, 수국가도로 유명한 지방 농촌이었습니다. 2008년에 효고현 고치시와 합병되어 이제는 고치시의 농촌지역에 속해있습니다.
매년 6월이 되면 수국 1만 그루가 농수로 5Km를 따라 활짝 피고, 다양한 축제와 직판장이 열립니다. 「수국축제」에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방문하여 계절의 꽃을 즐깁니다. 수국가도에 있는 신사(六條八幡宮神社)는 애칭이 "수국 신사"일 정도로 신사 내에만 1,500여 그루의 수국이 있다고 합니다.
하루노정은 관광지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경관 마을만들기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마을만들기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지난번 글에 소개해드린 나가하마의 유리공예처럼 이곳의 수국 또한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수국가도가 시작된 것은 농수로의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루노정이 고향인 할아버지 한분은 농수로 앞에 거주하고 계셨습니다. 매일같이 집 앞 농수로에 쓰레기가 떠있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클럽에서 함께 청소를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쓰레기는 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청소와 함께 길을 예쁘게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셨고, 노인클럽의 4~5명이 모여 수국을 심기로 결정하셨다고 합니다. 수국을 좋아하셨다고 해요. 함께 심기 시작하신 분들과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위주였다고 합니다. 그 시작이 1975년입니다. 저는 이분들을 진정한 체인지 메이커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변화를 만든 사람들이죠.
어르신들은 꾸준히 농수로를 따라 수국을 심으셨는데요. 아무래도 힘에 부치셔서 손자 손녀, 동네 학생들을 불러 함께 수국을 심게 됩니다. 마을에 있는 신사에도 도움을 청했죠. 수국을 심는 날에는 꼭 아이들에게 밥을 사주셨는데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그것이 일종의 마을축제가 되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사람이 많아지니 마을 공원에서 식사를 하고, 함께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다고 합니다.
많은 주민들이 농수로와 수국에 관심을 가지니 쓰레기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10년간 꾸준히 수국을 심고 관리를 하다 보니, 입소문을 타 수국을 즐기고자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마을축제에 놀러 오는 사람들도 생겼죠.
행정은 이 수국을 활용해 워킹 이벤트, 수국 축제 등을 진행하고자 했는데 이게 1988년의 일입니다. 행정은 1988년 이전에도 노인클럽이 수국을 심는 것을 지원하기는 했으나 적극적인 참여는 13년이 흐른 1988년에 진행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행정은 농수로를 "수국가도"라고 이름 짓고 산책로, 공원, 정자, 보도 포장 등을 진행했습니다. 하루노정은 상징 꽃을 수국으로 변경하고, 맨홀 뚜껑도 수국 디자인을 적용할 정도로 수국에 진심이게 됩니다. 주민들의 활동이 행정을 바꾼 것이죠.
수국을 이용한 축제, 워킹 이벤트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매년 늘었고, 수국 길에 직판시장을 만들어져 지역주민이 경작한 농작물, 수국 화분 등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경제적 효과도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지역의 고등학교 또한 이벤트 전후의 청소, 수국 관리, 플리마켓 참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수국 가꾸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수국 가꾸기는 계속 잘 될 것 같았는데요. 1975년부터 이 활동들을 이끌어 오시던 분들이 참여가 어렵게 되면서 2000년대 중반에 잠깐 시들하게 됩니다. 행정 합병 이야기로도 어수선한 것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추측은 해봅니다. 수국도 갑자기 시들어갔죠.
이때 이 수국을 되살리는데 다시 관심을 가진 것은 노인클럽과 행정만이 아닙니다. 중고등학교 때 수국 가꾸기, 수국 축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가꾸었던 그곳에 관심을 다시 가지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일본의 이런 부분들은 부럽습니다. 어릴 적 마을의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그 마을을 떠나더라더라도 그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네 어쨌든 그들의 관심과 노력에 의해 수국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2022년인 지금 34회 수국 축제가 개최됩니다. 여전히 주민들이 수국을 가꾸고 있습니다.
농수로를 관광지로 만들었다는 이 이야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을 갔습니다. 농촌에 있는 수국 가도이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보다 아기자기하고, 우리도 이 정도는 그냥 심지!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민이 심고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기억하고, 돌아와서 주말에 주민들을 불러 함께 수국을 몇 그루 심은 후 돈을 들여 대규모 수국공원을 만듭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곳들도 성공한 사례들이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노정처럼 주민이 관리하는 수국공원을 꿈꿨던 행정은 "주민들은 열의가 없다"거나 "관리를 귀찮아한다"라는 속사정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응?
하루노정은 수국이 몇 그루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고,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콘텐츠를 가꾸어 나가고, 자신이 만들어 나갔기에 관심이 더 가는 그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과정에는 관심이 없고 "수국"이라는 결과에만 집중해 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였다면 주민들의 열의는 당연히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자, 하루노정이 고치시와 합병되면서 하루노정의 마을만들기 자료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약 50년간의 마을만들기이다보니 전설의 고향 같은 느낌도 듭니다. 지금 하루노정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수국이 아주 오래전부터 하루노정에 피어있었던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죠. 저는 아주 오래전에 작성되었던 주민 인터뷰 자료, 경관 마을만들기 사례집 등을 뒤져서 이 글을 적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전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어쨌든 시작점은 노인클럽이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그루의 수국을 심었다는 것이며, 주변의 학생, 주민, 신사에 도움을 청해 수국을 심는 사람글을 늘려왔다는 점, 그 결과 하루노정의 상징이 수국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 그것만은 사실입니다.
여러분 우리 마을의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작게라도 친구들과 함께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노인클럽의 4~5명처럼 우리도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봅시다.
일본 국토교통성_사례로 배우는 경관마을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