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계인간: 내가 선택한 관계,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은 사람들
우리 조상님들은 다른 동네로 시집을 가면 친정에 돌아오지 못하고 시댁이 있는 마을 커뮤니티에 속해 살았다. 사는 공간, 일하는 공간, 제3의 공간(휴식, 연대, 어울림 등)이 동네 안의 거기서 거기에 위치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부대끼는 관계가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오면서 산업의 형태가 바뀌고, 교통, 인터넷 등의 기반시설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많은 환경들을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커뮤니티는 많다. 인터넷, sns도 있다. 굳이 힘들게 재미없는 동네에서 부대끼지 않아도 된다.
도시일수록 사는 공간, 일하는 공간, 쉬는 공간이 더욱 분리된다. 이는 다양한 자아의 탄생을 의미한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에서의 나는 다르다. SNS상의 부캐도 당연한 시대이다.
이러한 변화를 동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연대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동네에서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와 취향이 맞는 일, 사람, 휴식과 연결되기 위해 사는 공간이 아닌 아닌 제 3의 공간을 선택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소비한다. 거리는 크게 상관이 없다.
현대의 개인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다. 이런 성향의 개인들을 "관계인간"이라고 칭해보겠다.
2. 관계인간, 지역의 정책에 들어오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관계인구"는 숫자를 의미한다. 인구라는 단어 자체가 특정의 지역범위의 사람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결과치를 나타낸다. 즉, 관계인구는 한 지자체의 관계인간의 총합으로, 지극히 행정의 입장을 대변하는 용어이다. 관계인구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시작하면 통계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관계인간은 예전부터 있었다. 전업, 부업, 취미로 타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쉬기 위해 한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도 이미 있었다. 서울로 이주했지만 부모님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관계인구가 정책적인 이슈가 되는 것은 "관계인간"이 새롭게 나타나서가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이 생산, 기획, 소비 등의 측면에서 지역 활성화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기술했기 때문이며, 일본의 경우 인구감소가 거주인구 감소가 모든 정책의 아젠다가 되는 시점에서 관계인간이 지역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인구감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인간"의 존재를 정책에 적용한 것이다. 각 부처별, 지자체별로 해결하고자 하는 주요 과제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의 대상이 되는 관계인간 그룹 또한 다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마을만들기의 외부엑터로서의 관계인간 그룹을 원하며, 일본 총무성과 내각부에서는 소비자, 귀농귀촌 예비그룹으로서 관계인간 그룹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부처에서의 정의와 사업이 미묘하게 다르다.
관계인간을 우리지역의 관계인구로 모아내고 싶다면 우리가 첫번째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숫자가 아닌 "관계인간"이 일하는 공간, 제3의 공간을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관계인간에 대한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우리 지역의 관계인구 현황, 그러니까 관계유발자, 관계안내자, 관계인간 등의 생태계를 파악하고 지금 있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수많은 관계인구 그룹 중에서 우리의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의 그룹이 필요한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다음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