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마마 Apr 23. 2023

까맣게 타서 돌아올 거예요

Moreton Island, Tangalooma

한국은 한참 겨울, 여기는 태양이 뜨거운 여름.


호주는 자연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브리즈번은 열대우림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빛나는 곳이다. 나는 브리즈번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Moreton Island에서 며칠을 보냈다. 이 섬은 98%가 국립공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탕갈루마(Tangalooma)라는 유일한 리조트가 위치해 있다. 배편부터 숙박, 스노클링/헬기투어/사막체험 각종 체험들이 모두 탕갈루마 리조트에서 운영된다. 한국 관광객들은 이곳을 당일치기로 많이 오지만, 우리는 여기서 3박 4일을 머무리기로 했다. 


배에서 내려 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첫인상을 잊을 수 없다. 햇빛이 내리쬐는 에메랄드 바다와 모래사장, 자연과 어우러진 낮은 건물과 그를 둘러싼 조경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있다. 들뜬 마음으로 긴 Jetty를 따라 걸어가면 그 끝에 리조트 직원이 환영 인사를 건네온다. 백사장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간다. 중간 즈음 리셉션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리조트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은 후, 우리에게 배정된 쿠카부라(Kookabura) 빌딩에 짐을 풀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새 이름을 딴 이 빌딩은 작은 테라스와 큰 침대 두 개가 놓여있다. 바닷가의 모래 때문인지 모든 바닥은 타일로 이루어져 있고, 커피포트와 작은 냉장고만 놓여있다. 아쉽게도 전자레인지가 없어 음식 조리가 안돼 모든 끼니를 리조트 내 식당에서 해결했다. 리조트 내에는 슈퍼마켓도 크지 않아 먹을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다. 며칠 있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취사가 가능한 방이 따로 있고 외부에서 재료를 아이박스에 담아 가지고 와 직접 해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예약을 하면서 몇 가지 안내사항 중, 배에 탈 때 아이스 박스를 한 개로 제한한다고 되어 있는 문구가 생각났다. 아, 다들 미리 준비를 하고 오는구나.

바다에서 수영을 할 생각에 비치 타월은 챙겨 왔는데, 리셉션에서 일정 보증금을 내고 대여해 준다. 더러워지면 교환도 가능하고 퇴실하면서 타월을 반납하면 보증금은 되돌려준다.


리조트 내에서 쿠카부라 먹이 주기 체험 시간에 가면 실제 쿠카부라를 만나볼 수 있다. 


섬은 곳곳에 새들이 많다. 퀸즐랜드 전역에서 자주 보이는 흰 따오기뿐 아니라, 우리가 묶은 빌딩과 같은 이름의 쿠카부라와 같은 새도 보이고 까마귀도 보인다. 퀸즐랜드에서 흰 따오기는 동네의 비둘기처럼 어딜 가나 있다. 식당 테라스에 항시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흘리고 간 먹이를 노린다. 가끔은 움직이지 않고 풀밭에 동상처럼 서있으면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리조트에 머무르다 아기 따오기를 품고 있는 어미 따오기도 보았다. 작은 따오기는 보송보송 동그란 병아리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아기새이다.


첫날부터 우리는 수영을 했다. 아이들의 최고 행복은 물놀이다. 바다에서 한번, 수영장에서 한번 꼭 두 번을 놀아야 한다며 처음부터 신신당부를 했다. 햇빛이 내리쬐는 곳은 따뜻하지만, 물에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오면 건조한 날씨와 불어오는 바람에 굉장히 춥다. 내가 방문했던 때는 12월로 한창 여름이었지만, 물놀이할 때는 너무 추워 둘째 딸아이는 금세 입술이 파래지곤 했다. 물론 나와 남편도 너무 추워서, 추위를 이기고 재미를 찾은 큰 아이에게 몇 번이나 간곡히 부탁했다. 너무 추우니 그만 가자. ㅜㅜ


바다에 들어서면 내 발톱의 때가 보일 만큼 물이 정말 깨끗하다. 가끔은 물밑을 돌아다니는 물고기도 맨눈으로 보인다. 어떤 때는 푸른 회색빛이 도는 불가사리가 있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독이 있을 것 같다며 불가사리가 나타나면 기겁을 했다. 아이들의 행복이 물놀이인 건 맞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은 겁이 많다. 그래서 본인이 신체를 조절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 놀기를 원한다. 예를 들면 발이 꼭 닿을 정도의 깊이어야 하고, 얼굴 위로는 물이 묻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수영장보다는 목욕탕을 선호하고, 매일 하는 목욕 시간은 끝도 없이 길어진다. 목욕하는 시간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반비례라며 수없이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재미를 누르고 지구를 위해 물을 아껴야 한다는 사실이 어려운 때인가 보다.


여행 초반까지는 발이 닿을 수 있는 공간에서 제한적으로만 놀이가 이루어졌는데, 조금씩 영역을 넓혀갔다. 내가 함께 물에 들어가 안아줄 테니 한번 가보자고 이야기도 하고, 주변에 또래의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노는 것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물에 뜬다는 것, 팔을 저으면 방향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얼굴과 몸통의 높이가 같아야 몸이 전체적으로 물에 뜬다는 것도 놀면서 터득했다. 이제는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어느 정도 얼굴을 문에 담가보고 앞으로 팔을 저어, 정말 수영하듯 흉내를 내어보기도 한다. 아직은 구명조끼가 필수이지만 매일 쉬지 않는 물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물과 친숙해졌고, 수영이란 것을 흉내 내게 되었다. 수영은 우리 아이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변화가 나의 마음속에 진한 행복으로 물든다. 아이들도 물에 대한 두려움도 옅어지고,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실행하게 되면서 작은 성공체험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헤엄처 나아가길 성공했을 때, 잠수를 단 3초 성공했을 때 그 천진 난만한 웃음을 잊을 수가 없다.


탕갈루마 리조트는 노을 맛집이다. 리조트가 전체적으로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침에 해가 뜨면 사선으로 내리쬐는 햇빛에 바다가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며 상쾌한 전망을 선사하고, 저녁즈음이 되면 저 멀리 바다 끝에 붉은 노을이 인다. 마음이 여유로워서일까, 평상시 보던 노을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해가지고 배가 들락날락하는 Jetty에는 밝은 조명이 켜진다. 여기서 야생 돌고래 먹이 주기 체험이 진행된다. Jetty에 앉으면 맨눈으로도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 한 번의 돌고래 먹이 주기 체험이 주어지고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하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떠나기 전날 밤 돌고래 먹이 주기 체험을 신청했다. 작은 생선을 손에 들고, 전담 직원과 함께 물속에 들어가면 돌고래가 와서 먹이를 물고 간다. 이렇게 가까이서 돌고래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이 났다. 이 또한 내 마음속에 엄청난 추억이 된다. 캥거루 먹이 줄 때 겁을 먹던 둘째 딸은 어쩐 일인지 겁 없이 곧장 돌고래에게 다가갔고, 나에게 주어진 생선까지 빼앗아 돌고래에게 주었다. 또 하고 싶다고 아쉬워하는 둘째 아이다. 돌고래 먹이 주기 체험은 야생 돌고래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철저히 전담 직원의 통제 안에서 이루어진다. 야생의 룰을 깨뜨리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인 것 같다.



돌고래가 이곳 탕갈루마 근처까지 오게 된 연유가 무엇일까? 아주 오래전, 리조트 주인인 Brain Osborene는 낮에 낚시를 하면서 잡은 생선을 바다에 찾아온 돌고래에게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일정 시간이 되면 돌고래가 찾아오게 되었고, 조금 더 앞서나가 직접 돌고래 먹이를 주면서 돌고래의 건강을 확인하고 관찰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리조트에는 'Eco center'에서 돌고래 및 다른 야생동물들의 연구와 관찰을 진행하며 관광객에게 설명을 들려주곤 한다. 호주에는 이런 곳들이 꽤 있다. 전통적으로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어우르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휴일이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상쾌한 하늘을 바라 보며 수영을 하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우리 가족은 모두 래시 가드를 입었지만 손등, 발등, 목 뒤가 까맣게 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마지막 날은 4시 반 페리를 예약해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 후 리조트 내 식당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한가로운 휴가를 보내고 있다. 점심 식사 후 너무 노곤하여 잠시 해변에 누워 잠을 청했더니 30분 만에 내 팔이 빨갛게 익어 버렸다. 모자, 선글라스, 긴 바지가 다른 곳은 보호해 주었지만 팔과 코는 보호해 주지 못했다. 아이들은 나의 탄 팔을 보더니 엄마가 긴 붉은 장갑을 끼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나도 너무 황당해 웃고 말았지만, 잠시의 태닝은 그 이후 며칠 동안 화끈거림을 선사했다. 그렇게 나는 까맣게 타서 돌아왔다.

(본인은 이날 SF50++ 선크림을 노출된 모든 피부에 꼼꼼하게 발랐음을 알려드립니다.)


코멘터리 1.

Moreton Island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동쪽의 Pinkenba의 항구로 가야 하는데 이곳은 교통이 정말 좋지 않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항구까지는 공업단지와 같은 낯선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기에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인도가 잔디 혹은 흙길이 곳도 있고, 도로에는 어마무시한 덤프트럭들이 정차되어 있다. 아이들과 캐리어 세 개를 끌고 가기에는 정말 험난한 길이었다. 생각보다 짐을 들고 걷는데 오래 걸려서 하마터면 배를 놓칠 뻔했다. 진땀 뺐던 순간이다. 이 여행길에서 우리는 대형 캐리어의 바퀴 하나는 잃었다. ㅠㅠ 이곳에 가실 때는 택시를 타시길 추천드린다. 또한 여행을 마치고 나오실 때도 안내데스크에서 택시 예약이 가능하니 이용하시길 적극 추천드린다.


코멘터리 2.

요가원장과 선생님들께 배운 팁인데, 외국 여행을 하다가 요가 원데이 수업을 들어보라고 하셔서 처음으로 도전했다.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빈인(빈야사+인) 요가를 신청하여 아침에 바다 앞 모래사장에서 요가 수업을 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휴가로구나. 요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한번 꼭 추천드리고 싶다. 특히 야외에서 하는 요가는 머릿속에 힐링을 가져다준다.


코멘터리 3.

바퀴가 커다란 버스를 타고 섬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온통 모래뿐이 사막에 도착한다. 높은 모래 언덕에서 얇은 판자를 타고 내려오는 체험이 진행되는데, 겁이나 시도하지 못하고 마지막이란 말에 용기내어 내려갔는데 너무 재밌다고 야단이다. 시간이 없어 두번밖에 못탄 것이 한이란다. 경사가 70~80도로 굉장히 가파르지만 실제 속도는 빠르지 않다. (혹은 판자를 당기는 높이를 조절하면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무게도 가볍고 판자를 들어올릴 힘도 크지 않아서인지 정말 천천히 내려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호주로 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