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혼서류를 내고 왔다.
계획대로라면 숲이 우거진 조용한 산장 같은 호텔에서, 번갈아가면서 잠을 깨우는 고양이들이나 시간마다 쿠싱약을 챙겨야 하는 강아지 없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날이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두 번째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난지 이틀의 시간이 흘렀고, 그는 안방에서 나는 거실에 오도카니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3년의 결혼 생활 중 두 번의 이혼서류 접수.
지난 6월엔 두 번째 확인기일 출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절로 무효가 되었던 이혼.
역시 어느 곳에서나 ‘한번 해봤다고’의 힘은 크다. 지난 금요일, 척척 서류를 각자 준비해 관할 법원 앞에서 단 2분 만에 모든 서류와 신분증을 제출한 뒤, 확인기일 날짜를 받았다. 그리고 각자 뒤돌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더랬는데, 난 사실 마음 한 곳의 상영관에서는 ’ 우리 얘기 좀 하자’ 라던지 ‘미안해’라는 꿈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필름이 늘어지도록 끊임없이 틀어댔더랬다. 그렇게 평행우주의 어느 곳에서는 오늘의 우리 두 사람이 호텔에 비치된 해먹 안에서 꺄르륵거리기를, 모든 것을 즐겨보겠다 하며 호캉스 리스트를 지워나가고 있진 않을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상영한다. 얘기하다 보니 요샌 필름이 아닌 디지털 상영이니, 파일이 소위 뻑가지 않는 이상 계속 틀 수 있겠다 하는 곁다리 생각도 보태면서.
참 멍했다.
참 허무하다.
3년의 생활 중 일 년 반은 좋았고, 일 년 반은 좋지 않았다. 주변에 더 알리기도 부끄러운 일화들에 괴롭다가도, 그래도 지키고 싶던 내가 선택한 가족이었더랬다. 그에 대한 노력이 이렇게 마치 한순간에 파도가 모래를 움큼 쓸어 가져가 듯 갑자기 들이닥쳐 마음을 움큼 담아간 듯 느껴져 참으로 쓰리다.
오도카니 소파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자꾸 무언가가 나를 잡아먹는다. 친구가 언젠가의 서로에 끝이라는 게 생긴다면 서로 있어주자라는 약속을 하며, 죽고 싶거들랑 본인을 한 번만 기억 해달라는 퍽이나 고마운 말도 들었건만,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그저 알인지도 모르고, 갇힌 지도 모르게 서서히 잠식되어 숨을 잃어가도, 어쩌면 그게 더 아늑하지 않을까. 따스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걸.
억울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싶다가도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 귀찮음이 커다란 우박이 떨어지 듯, 한참을 떨어진다. 그래서 이 글은 그만하고 싶은데, 살아보고도 싶을 때 쓰는 글.
그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