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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균 May 22. 2022

리움미술관 <인간, 일곱 개의 질문> 展

현대미술로 바라본 몸과 마음(1)

몸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인 맥락을 지니는 주체다. 우리는 몸을 통해서 실존하고, 다른 존재들과 상호작용하며, 그 상호작용의 결과인 사회문화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예로부터 인간과 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 역시 의료인으로서 ‘몸'에 각별한 관심을 갖다 보니 오늘날의 예술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물음에 마음이 동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지난해 말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의 <인간, 일곱 개의 질문(2021. 10. 08. - 2022. 01. 02.)>에서 볼 수 있었던 이브 클랭(Yves Klein)의 대격전(La Grande Bataille)이다. 파란 물감을 뒤집어쓴 모델들의 무작위적, 불규칙적 움직임으로 표상된 이 작품은 탈근대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몸이 그 자체로 본질적 질문의 대상이자 답변이 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La Grande Bataille (ANT 103), ca. 1960, Dry pigment and synthetic resin on paper mounted on canvas.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하나 더 꼽자면, 데미안 허스트의 ‘성 마태의 순교(The Martyrdom of Saint Matthew)’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인체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에서 탈피하는 수단 중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격전’이라면, 이 작품은 그 탈피의 과정 가운데 벌어지는 종교와 과학, 의학 간의 굴레에 주목한다. 근현대를 거치며 의학이 과학화되고, 사회화되며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은 역사가 대립적 오브제로 노골화된 것을 보면, 이 작품이 ‘일그러진 몸’이라는 이름의 세션에 속해있는 것 역시 놀랍지 않다. 연작을 통해 나무 십자가와 알약을 병치하고 성체 모양으로 파라세타몰을 조각하는 등 존재, 삶과 죽음 등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The Martyrdom of Saint Matthew, 2002 - 2003, 1800 x 925 x 262 mm, photographed by Stephen White.

과학과 의학, 예술은 일견 서로 소원해보이지만 결국 ‘인간 바라본다는 공통점을 지니기에 어떤 시선에서는 이처럼 3 화음으로  교집합을 드러내곤 한다. 한편, 몸과 마음의 관계를 논하는 심신 문제(mind-body problem)에서 오랫동안 다루어왔듯 ‘이라는 물질적 요소 이면에 존재하는 ‘마음 ‘기억등의 추상적 개념 또한 예술과 과학을 이어주는 가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편에서는 사회문화적 규격으로서의 ‘ 역할과  변화에 영향을 받은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에 이어, ‘마음 ‘기억 제재로 하는 전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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