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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17. 2022

98. [에세이] 행복을 찾아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과한 욕심일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고 학벌과 직장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내가 행복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생모는 도망갔고 여 27년간 친모로 알았던 여성은 계모였음을 알았을 때 나는 내 인생이 왜 이토록 드라마 같을까 고민했다. 가슴 한 구석에 행복이란 것이 올라올 때면 굉장히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그걸 다시 누르는 것 같은 삶을 매일 경험했다. 부모님은 빚쟁이에게 도망 다녔기에 아주 어릴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맡겨진 나는 어리광만 부릴 줄 알았지 뭐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규칙도 규율도 없는 그곳에서 자제력을 배우지 못하고 게임에 빠져 어영부영하다 20대 후반이 되었다. 삶을 다시 리셋할 수도 없었고 내가 쌓아온 성격을 뒤바꿀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방황이 시작됐다. 행복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야 하겠는데 어떻게 살고 싶은지 감조차 오지 않았고 이런 내 속사정을 가족은 알아주지 않았다. 그들은 '남들처럼 살라.'라는 자신들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면서 대충 내던지는 대답은 뻔하다 못해 나를 화나게 만들 뿐이었다. 

 나는 인생을 조언해줄 현명한 선생님도 친구도 부모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었다. 역사, 철학, 정치, 예술 등등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더 파 해치게 됐고 재미없는 분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래서 내가 얻은 답은 '선택'의 중요성이다. 인생은 결국 작은 선택들로 이뤄지는 것이다. 


'현명한 선택은 명료한 정신이 요구되고, 그 정신은 건강한 육체를 요구한다.' 


 내가 요가, 명상, 채식과 등산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위해서. 나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공통된 요소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가 되었다. 


계룡산


 내 가족들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빚에 허덕여 아빠는 세 번째 이혼을 하고 도박에 빠져있고 할머니 집에 얹혀살며 반찬투정을 하고 있다. 고모는 보험설계자라 내 월수입이 얼마인지 항상 묻는다. 그리고 나에게 보험을 들라고 화를 낸다. 너희 아빠는 도움이 안 되니 너라도 되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첫 번째 계모는 나를 없는 취급 한 지 꽤 됐고, 두 번째 계모는 내 뒤에 내 욕을 하다 걸린 바람에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아마 과거와 현재의 나의 큰 차이라고 한다면, 내 드라마틱한 과거가 이젠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나를 아프게 했으나 성장시켰다. 그래서 나는 내 과거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우리 가족은 완전 거지 같다고 말이다. 어쩌겠는가 그게 진실인데.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변했다. 그리고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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