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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 Mar 01. 2022

모호함 속에서 10년

2022년 2월의 이야기

1년 중 가장 짧은 2월이

가끔 가장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모호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 속에서 회사의 한 해 계획이 모습을 갖춰가는 시기.. 어제까지 확실해 보였던 것이 다시 안갯속에 묻히거나 의사결정이 번복되어 몇 번째 같은 기획서를 수정하고, 언제 날지 모르는 사업 공고를 오늘내일하며 기다려야 하는 그런 2월..  에너지를 올인해야 하는 속도감 넘치는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드문데도, 버겁고 지칠 때가 있다. 묘한 긴장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일까?  아무튼 2월은 그 어느 때보다 나를 잘 돌봐야 하는 달이다.

그런 2월을 10번째 맞이했다.
자람이 10살이 되었다.


2012년 2월 20일 (주)자람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법인 등록을 했다. 그땐 미처 몰랐다. 법인에 왜 '인'이 들어가는지...  회사도 사람이 크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람의 시작, 왜 창업을 했냐고?

그때도! 지금도!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엄마이고 동시에 직장인이었던 나는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보다 내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 혼자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일이 해보고 싶었고,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하고 있는 곳이 없었다.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ㅠㅠ) 그때 "그럼 같이 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는 우리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탐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용감하게!


그렇게 10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아이 키우는 역할, 그 이상'의 부모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아이가 울면 아이가 왜 우는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야기 하지만, 아이가 우는 순간 부모가 어떤 마음이 드는지, 유난히 불편하고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니, 질문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부모, 특히 엄마는 '우는 아이를 보고 불편해하면 안 되는 존재'로 간주되어왔기 때문이다.  


페어런츠_ Parents는 '부모'라는 뜻이다. 그런데, 페어런츠에  -ing가 붙은 Parenting = 육아라고 번역한다. '육아'는 부모살이의 중요한 한 축이지만 '모든 것'은 아니다. 부모가 되어보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한 축인 '부모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자람패밀리의 대표로서 내가 가장 난처해하는 질문이 있다. '자람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부모살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에.. 좀 더 솔직하게는 사업 모델을 고민하기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기회가 주어지고 우리의 미션에 맞는 일이라면 거르지.않고 정성을 다해서 해보기. 그렇게 자람의 래퍼런스가 쌓여왔다.


코로나 속 랜선 생일파티 & 자람캠퍼스

10주년을 맞아  가장 하고 싶었던 건  그 시간의 한 조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하루 종일 일일찻집(요즘도 이런 거 하나?)이라도 열었을 텐데...

금요일 밤 9시 30분.. 누가? 몇 명이 올까? 두근두근 시작한 랜선 파티... 그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 없이 끝까지 함께 해주는 모습에... 그리고 그 기억 속 이야기에 눈물이 날 뻔했다.



그간 자람의 교육에 참여한 사람의 수는 9만 명이 훌쩍 넘는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가장 아쉬운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장'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10주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가장 하고 싶은 데 미뤄두고 있던 것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함께 할 조그만 놀이터 만들기, 그렇게 부모인 내가 자라는 곳, 자람캠퍼스가 태어났다.

아직 1년이 채 안된 자람캠퍼스에서도 예전처럼 다양한 도전을 통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으며 해 나갈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다양한 부모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제 3월이 시작된다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가 어떤 연결점들을 가지게 되는지,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보장된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훨씬 많고, 내 맘 같지 않은 일도 종종 일어나고, 때론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듯한 아픔을 겪는 게 꼭 창업을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은 과정이다.

잘 되는 것은 성공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가 아니라 이 모든 게 과정이다.

잘해보기로 마음먹고, 계획을 세우고 지키다가 무너지기도 하는 그 자체가 성장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매 순간 한 걸음씩 삶을 걸어 나간다.



2월의 좋은 선택_ for me

비덕 살롱의 균형식 워크숍에 갔다.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서 아빠에게 다녀왔다.

논문을 완성한 지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주 1회 이상 남편과 함께 가벼운 등산 또는 산책을 했다.

한 달치 한약을 지었다.(아직까지 잘 챙겨 먹고 있다)

아이들 운동화를 빨고, 신발장을 정리했다

걸어서 도서관에 다녀왔다.

틈틈이님과 그래서 퇴사 클래스를 진행했다

수리산 수암봉에 남편과 함께 올랐다.

모나미 스토에서 초록템 펜들을 샀다

주말에 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가서 함께 먹었다

만다라트를 작성해봤다

자람랜선생일파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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