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 Mar 06. 2022

계획표 대신 버킷리스트 100

2022년 1월의 이야기

1월은 새롭게 주어진 365일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시작된다.

충분하게 느껴지는 시간과  의욕 충만한  마음으로  한 해를 꿈꾸게 되는 1월,  양력부터 음력까지 두 번의 새해 사이에 꼭 해보는 것이 있다.

버킷리스트 100개 적어보기! 

버킷리스트...한 번쯤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직접 적어보는 건 쉽지 않다. 나도 그랬다. 자기 탐색과 진로 계발이란 과목에서 대학생들에게 적어보자고 해놓고도 나 자신을 그렇게 촘촘히 들여다보고 적어보진 못했다. 그러다가 2019년, 꾸준히 버킷리스트를 써보고 있다는 호진님을 우연히 만났다. 그 경험이 궁금해서  매년 1월이면 버킷리스트 100개를 적기 시작했다.

이렇게 적어보고 나면 꽤 많은 것들을 실천하며 살게 되는 게 신기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올 해는 호진님을 자람캠퍼스에 초대해 그 경험을 함께 나눴다. 덕분에 신나고 설레는 1월을 보냈다.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 가


어른이 된 우리에겐 ' 너 뭐하고 싶니?'라고 물어봐주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내가 물어보고 챙겨줘야 한다. 내가 욕망하는 것에 솔직해져 본 적이 있는가? 부모가 되고 나면 그게 더 어렵다고 했다. 왜 그런지 이해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냥 적어라도 보자. 포스트잇은 충분히 많으니까..


버킷리스트는 '죽다'라는 의미의 ' Kick the bucket'이란 표현에서 유래된 단어다.  과거 중세 시대 유럽에서 자살을 하거나, 교수형에 처하는 사람이 목에 밧줄을 묶은 뒤 발을 딛고 있던 양동이를 발로 차면서 숨을 거둔 데서 나온 표현인데, 죽기 전에 '아.. 이거 해볼걸..' 하고 떠오르는 일들의 목록을 의미한다. 2017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를 통해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죽기 전에'란 기준은 너무 멀고 모호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2022년에 집중해서 나의 버킷을 찾아보았다.



나의 욕망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을 마주해보자

나에게 24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란 질문에 답해보며 내가 지금 원하는 것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나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누군가를 찾아갈 거야. 1시간쯤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면 좋겠어. 맛있는 밥을 사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따뜻한 햇빛 아래 같이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때쯤 작은 선물을 주고.. " _ 220115의 내 내 답


1. 3년 후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건강과 재정상태는 어떤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떠올려 본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모습을 좀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준다. 부모살이에서도, 일을 할 때도 그렇다.


2. '올 한 해 안에 이루고 싶은 것'이라는 기준은 정해놓고 최대한 써본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걸 경험한 우리는  내 욕망을 마주하는 순간,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혹은 이 나이에 이런 걸 하고 싶어 해도 되나?'라는 검열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래서, 올 한 해라는 기준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점치며 필터링하지 않고 써보는 게 중요하다. 내가 욕망하는 것들을 마구마구 쏟아내 보는 거다. 그냥 쓰는 건데 아무렴 어떤가.. 포스트잇은 충분히 많다.


3. 100개가 될 때까지 잘게 잘게 구체적으로 나눠서 적어본다.

보통 한 30개쯤에서 막힌다. 꼭 100개를 써야 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초기에 나오는 생각들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입된 것이거나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들일 때가 많다. 그래서 한 번에 다 안 되더라도 100개를 채워보는 게 의미있다. 나도 1월 내내 틈틈이 버킷 노트를 펴보며 새로 떠오르는 것들을 적곤 한다. 또 이렇게 함께 모여 작업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버킷 리스트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덩어리로 적기보다 그걸 이루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며 잘게 잘게 구체적으로 나눠서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에 물꼬가 트이고 점점 확산되어 가는 순간이 온다.  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4. 버킷 트리를 만든다.

어느 정도 버킷 리스트가 쌓이면 내 맘대로 기준을 만들어 '버킷 트리'를 구성하며 정리해본다. 버킷 트리의 기준을 보면 각자 삶에서 중요시 여기고 있는 기준 요소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보며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부부가 함께 참여한 팀은 모두의 부러움을 받았는데 잘 알던 사이라도 버킷리스트를 나누면 새롭게 보이는 모습이 있고, 처음 만난 사이라도 '내가 보는 당신은 이런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나도 잘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된다.



버킷리스트의 목적은
해내야 하는 to do list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적고 나니 그 안에 즐겁게 열심인 내가 보인다. 내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이 나의 핵심 에너지원이란 것도 다시 깨닫게 된다. 덜 열심히 해도 되는 것과 미루거나 소홀히 하기 쉬운 것들도 다시 정리가 된다. 


*1월에 여기까지 적고 저장해 놓았던 글을 3월을 시작하며 다시 꺼냈다. 다이어리와 갤러리를 뒤적여본다.


올해 제일 먼저 실천한 버킷. 이불을 바꿨다.  호텔용 오리털이불. 좋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제일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서 너무 미뤘다. 해보고 다시 해도 되는데..
틈틈이 아로마 오일을 공부한다. 하나씩 모으면서...
막내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올 해 가기 전에 3곡 정도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가르칠 수 있을까... 반성하는 시간이 더 많다
걷고 있다. 해빛을 받으며 걷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그리고.. 슬슬 그도 끌어들이고 있다.
가는 과정이 조금 달라져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 안다. 그리고 참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고 있어서... 그렇게 꾸준히 가고 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메뉴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나를 위한 메뉴를 정하고 먹으러 갔다. 양희은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함께 먹게 된 행운이 따라왔다.
버킷리스트100을 써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_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삶의 방향성과 구체화된 방법들이 정리된다_ 속도와 우선순위 설정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내가 꿈꾸는 삶을 현실화 시킬 수 있다_ 삶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간다.

관계 중심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 부모가 된 후 '우리'라는 단어에 더 익숙해져 간다. 그래서, 나를 주어로 이야기 하는 게 때론 낯설거나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분들도 만난다.  네가 좋으면 다 괜찮다는 생각으로 나의 욕구를 미뤄두는 게 더 편할 때도 있지만, 정말 언제나 그런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과 같을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선명하고 당당해지면 네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그걸 서로 나눠보는 과정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된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을 배우자나, 아이가 싫다고 할 때 불편하고 서운한 마음이 크게 밀려온다면 우리 속에 나를 집어넣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게 먼저다. 버킷리스트 작성이 웰 다잉( well- dying) 10계명 중 하나인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싶다. 




1월의 좋은 선택

_ for me & for we

오리털 이불을 샀다. 드디어!

80키로 이상을 걸었다

스스로 학술 포럼에 함께 했다

버킷 워크숍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림책 북클럽을 시작했다. 참여했다

주말에 샐러드와 로제 파스타를 만들어 주었다.

RT 기획에 데비 님과의 행아웃을 제안했다.

예쁘게 사는 막내 동생을 찾아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현우 기타 줄을 갈기 위해 오산의 악기사까지 다녀왔다.

남편에게 밥 먹고 들어가자고 말했다.(밥 하기 싫었다)

스여일삶 회고 모임을 신청했다.

모닝 루틴을 만들고 있다

가족과 함께 대구 여행을 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새해인사와 선물을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모호함 속에서 10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