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은 위험해#2
이스탄불에는 식비로 거덜 난 나의 지갑을 털어간 위험한 존재가 또 있다.
그건 바로 고양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행자에게 이스탄불의 길냥이들은 가히 치명적이다.
일단 어딜 가나 고양이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보다 길냥이가 5배는 많은 것 같은데, 이 길냥이들 대부분이 사람의 눈과 손을 피하지 않는 순둥 한 개냥이들이다.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은 내가 지나가다가 눈길을 주면 눈을 꿈뻑꿈뻑거리고, 다가가서 만지면 고로롱 대면서 턱을 들어주었다. 고양이들이 어쩌면 이렇게 사람들에게 우호적인지는 이스탄불 곳곳을 다니다 보니 이해가 갔는데, 그건 역시 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이 다정했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는데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할리 없는 법. 이스탄불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카펫 상점의 주인은 길고양이가 자기들이 팔고 있는 카펫 위에서 대놓고 자고 있어도 아무런 저지도 하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고양이 천국.
그게 너무 신기할 정도로 눈에 띄어서 튀르키예 고양이를 검색했더니 나오는 건 역사적으로도 튀르키예는 고양이 천국이었다는 거였다. 이슬람교 창시자도 고양이를 길렀고, 이슬람교에서 고양이는 경애의 대상으로 여겨졌다고. 어쩐지, 종교적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라였다니. 말 그대로 고양이들의 천국이다. 그들의 고양이 사랑은 어딜 가나 눈에 띄는데, 고양이방석도 그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경비가 부족해 참고 참았는데 하나 살걸 그랬다, 고양이방석.
관광객들로 가득 찬 거리에서도 고양이들은 잘도 낮잠을 잔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텐데 가게 상품인 카펫 위에서 잘만 낮잠을 즐긴다. 도둑잠도 아니고 그냥 대놓고 잔다. 가게 주인이나 손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고양이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양이들을 구경하느라 10미터 전진하기가 힘든 데다가 앨범까지 고양이사진으로 가득 차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고양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사료와 간식을 두 봉지 사서 에코백에 넣고 고양이를 발견할 때마다 나눠주곤 했다.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길고양이들이 사랑받는 곳, 이스탄불. 한국의 길고양이들도 이스탄불의 길고양이들만큼만 사랑받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