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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Feb 05. 2024

튀르키예에는 목욕의 신이 있다

튀르키예 여행의 정점, 튀르키예 여행의 꽃은 바로 목욕!

이슬람교에서는 예로부터 청결을 중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튀르키예의 목욕탕의 역사는 꽤 길고, 이스탄불에는 300년, 500년 된 목욕탕이 있었다.  

내가 또 누군가. 아무 일이 없어도 목욕은 하루에 한 번씩 꼭 해야 하고, 목욕탕에서 쓸 샴푸와 바디스크럽, 바디워시와 로션을 꽤나 고심해서 고르는 목욕문화에 진심인 사람의 하나로서 이미 여행 경비는 초과지출 했지만 하맘(튀르키예의 목욕탕)만은 꼭 가야만 했다. 그것도 아무 하맘이나 가서 튀르키예 목욕문화 별로였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찾은 곳은 이스탄불 아야소피아 근처에 있던 카갈로글루 목욕탕.

300년 역사의 카갈로글루 하맘.

카갈로글루 목욕탕은 1700년대에 지어진 목욕탕. 무려 300년이 넘은 목욕탕인 데다 예약 없이는 갈 수 없단다. 원래 며칠 전부터 예약해 놓고 가는 곳일 만큼 인기가 많다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쓰여있는 번호로 왓츠앱으로 연락했더니 몇 시간 후 자리가 있었다. 뭐든 현지에 가서 부딪히면 답이 있다. 목욕시간까지 터키쉬커피를 한잔 더 마시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들어가 보니 입구부터 이곳에 와서 목욕했던 전 세계 유명인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제일 싼 목욕코스가 무려 84,000원. 내 호스텔 숙박비보다 6배쯤 비싸고, 불가리아로 떠나는 버스비보다 5배쯤 비싸다. 카드를 내미는 손이 부들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꼭 목욕을 하고 싶었다. 장기여행에 지친 몸을 뜨끈한 탕에서 녹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도착하면 관광객들이 대부분인데,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면 나이와 성별, 지병이 있지 않은 지 등의 설문지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 후 안내를 따라 들어가면 개인방이 있고,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가운을 입고 나오면 세신사 아주머니가 찜질방 같은 불가마에 나를 데리고 간다. 거기에서 땀을 좀 빼고 나면 엄청난 거품을 만들어 거품목욕을 시켜주고, 머리까지 감겨준다. 재밌었던 건 목욕탕이 미끄러워 그런지, 목욕탕 내부에서 이동할 때엔 세신사 아주머니들이 손을 꼭 붙잡고 이동시켜 준다는 것. 세신사들의 손을 꼭 붙잡고 여행객들이 아장아장 걷는 걸 보는 게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아야 했다. 

목욕을 하면서 생각난 건 하일권작가의 <목욕의 신>. 어릴 때 그 웹툰 속 럭셔리 목욕탕을 보면서 대체 이렇게 럭셔리한 목욕탕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카갈로글루 목욕탕 내부가 진짜 그랬다. 이 정도면 목욕의 신이 이곳에 산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목욕의 신> 금자탕이 이렇게 생겼을까 싶은 카갈로글루 목욕탕.

목욕이 끝나면 가운을 입고 분수대가 있는 왕궁 같은 곳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기다리면  달콤한 디저트와 티를 내다 준다. 여기에서는 몇 시간이고 디저트와 티를 마시며 쉬다가 갈 수 있다. 

튀르키예에 가면, 하맘에서 꼭 목욕의 신을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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