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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노량진

나의 일타강사 도전기

by 박꿀꿀

노량진역에 내렸다.

딱 7년 전이다.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송출되던 임용고시 인터넷 강의를 열심히 듣던 건.

대학교 4학년 시절, 유치원 임용고시생이던 나는 7년이란 시간이 흐를 동안 임용에 한 번에 합격했고 교사가 되었고 교사를 그만뒀고 세계를 한 바퀴 돌았고 지금 다시 노량진의 그 학원에 돌아왔다.


교사도, 학생도 아닌 강사로.


노량진에서 인강 강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처음 받은 건 교사를 그만두고 전자책을 썼을 때였다. 그때의 나는 발리의 쿠타 비치에서 뒹굴고 있던 자유영혼 여행자였으므로 그 제안은 귓등을 스쳐 지나갔다. 코피어싱을 한 채 비키니를 입고 태닝 중이던 내가 정장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서 칠판에 뭘 적는 모습도 그다지 상상이 가지 않았고.

더 솔직히는 내가 임용고시만 잘 봤다 뿐이지 정작 현장에서는 그다지 행복한 교사는 못되었는데 임용고시를 누구에게 가르친다는 것도 그다지 상상이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교육으로 다시 돌아왔냐고?


인터넷강의 강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2년간의 떠돌이생활 끝에 얻은 것이었다. 그 제안을 받은 이후 나는 2년 반이 넘게 15개국 정도를 떠돌아다녔다. 그 사이에 유튜버, 작가, 요가강사, 다이빙, 프랑스 워킹홀리데이, 전문직 시험 등등 해보고 싶던 모든 걸 시도해 보니 교집합이 명확해진 거다. 내가 정리했던 '다시 가지고 싶은 직업'의 범주는 아래와 같았다.


1. 내가 좋아하는 일

2. 내가 잘하는 일

3. 돈을 버는 일

4.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일


나는 남 앞에서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책 쓰는 것도 좋아하고 관심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도저히 주 5일제 조직생활은 하고 싶지 않았고, 시간과 장소의 자율성 확보도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조직의 일이 아니라 내 일, 내 사업이었으면 했다.


인강강사가 바로 이 모든 교집합 안에 남은 일이라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 때쯤, 이미 2년이 지나있었고 처음으로 제안을 줬던 학원에서는 여러 이유로 나와 계약할 수 없다고 했다.

계약할 수 없단 얘기를 듣자 약간의 오기가 생기기도 했고, 또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볼 의도로 혼자 웹사이트를 만들어 유아임용 공부법 전자책과 2차 시험 온라인 강의를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연락해오던 다른 학원에서도 계약이 무산되었다.


강의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혼자하는 것보단 아무래도 학원의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자꾸 계약이 무산되자 이 길이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게다가 이제 내가 직접 학원에 지원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발목을 붙잡는 생각들이 있었다.


‘내가 이 일을, 정말로 잘 할 수 있을까?‘


그때 나는 머뭇거리던 나를 잡아끌어 정신을 번쩍 차리고 학원들에 지원서를 돌리게 할 이메일 한 통을 받게 되는데,

그 이메일의 내용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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