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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Nov 06. 2021

Interview:우리가 사랑한 로컬공간 그리고 사람

집을 나와 갈 수 있는 또 다른 집, 두 번째 집_이새나 (2)

시장 골목 어귀에 진한 나무 톤,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공간이 생겼다. 아직 간판도 붙어있지 않던 그곳을 기웃거리며 오랜만에 새로운 공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마침내 ‘두 번째 집’이라는 이름의 동네책방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어서 무엇이든 되어라, 되어라.’ 주술처럼 읊조렸다. 결이 비슷한 공간과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게 되어 있다던가. 우리는 이곳에서 만났고, 이곳을 사랑하게 되면서, 우리의 시작이 되었다. 함께 사랑하는 공간에서 우리의 시간을 그리고 순간을 새기고 잊혀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하자, 그렇게 우리의 기록은 ‘두 번째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공간과 사람]


 

"익명의 사람들에게도 내 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한테 정확하게 던지고 싶고 그 사람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공간도 약간 그런 것이죠. 뭐 무슨 익명의 다수가 좋아하는 공간 말고 그냥 딱 너만 좋아해도 돼. 이런 느낌."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던져진 나의 공을 정확하게 받았다고 느끼는 이들 혹은 순간     


책방을 하면서 딱 2번의 편지를 받았는데. 딱 그 2분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한 분은 자주 오시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이상하게도) 둘이 있으면 이야기도 잘 안되고 불편한 거예요. 그런데 이 손님이 멀리 떠나게 되면서 한 2년 동안 숨겨놨던 마음을 편지로 쓰고 가셨어요. 저는 준비할 시간도 없이, 마지막 날에 만나지도 못한 채 편지로 너무나도 큰마음을 그냥 덥석 받아버렸어요. 그 편지의 여러 문장 중 ‘저를 편히 잠들게 했다. 는 문장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편히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편히 잠드는 것만큼 복된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이 이 공간으로 인해서 편히 잠들었다는 거예요. 그것만큼 벅찬 말이 없거든요.      


제가 그분한테 느꼈던 거리감은 사실, 왜 우리 비슷한 성향이면 조금 서로 밀어내는 것 있잖아요. 어? 그러면 나와 비슷한 사람. 어? 나도 되게 편히 잠들지 못하는 사람인데. 어? 그런데 그런 네가 편히 잠들었다고? 그랬다면 나는 나의 소임을 다 했다. 약간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 어디서도 받아볼 수 없이 주고 떠난 장문의 편지가 기억이 남아요.      


다른 한 분은 초기에 저한테 편지를 주셨어요. 그분의 편지 중에서 ‘내적 친밀감’이라는 단어가 좋았어요. 저희는 정말 별로 이야기를 나눈 사이가 아닌데 친밀감을 느꼈다고? 그런데 저 또한 그랬거든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은 한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저는 장사를 해야 되는데 자꾸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책방 하는 사람들 중에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출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 같고, 책방에는 우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잖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것은 큰 것 같아요. 그 사람들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겁고, 이 책이라는 가치, 이 책이라는 이야기가 전달하고 싶은 것과 같이 내가 받고 싶은 것들을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다는 그 느낌이 있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 같아요.     


분명히 ‘두 번째 집’이 저한테 중요하고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것만이 제 인생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꼭 가지고 가야 된다는 마음은 솔직히 없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집’의 이집사는 사실 인간 이새나의 일면일 뿐이고 이집사가 소멸한다고 해서 제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 인생을 총체적으로 봤을 때 과연 이게 계속 지속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그만 놓아줘도 좋은 것인가를 고민하고는 있어요. 지금 현재로서는 마음이 수십 번은 바뀌고 있지만. 그러고 또 20년 할 수 있어요.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      

    

마지막으로 두 번째 집’ 그리고 이집사님이새나에게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것은 너무 광범위한데 지금 드는 생각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 지역에는 많이 없어서 퍼뜩 ‘아, 그래서 내가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지역에서 필요를 판다는 것은. 우리가 하면 되지 않을까?’ 그것을 굳이 사려고 어디를 가고 타 지역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없는 것, 필요한 것, 내가 먼저 필요한 것을 우리가 같이 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빨리 샴푸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일상 속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 세 달에 한 번씩 같이 비누(샴푸바, 올인원 바, 설거지 바 같은)를 만들고 싶다던 그는 인터뷰 후 ‘필요해서 여는 모임’을 만들고 올인원 바·설거지 바 만들기 모임을 2주간 열었다.      

   



 두 번째 집의 취향 


*Place *   


"멀리 있어도 제 단골 같은 집들이 있거든요. 멀리 있는 단골. 

그것이 막 자주 빈도수 있게 갈 수는 없는 거리지만 내 마음속의 단골."

   

∙ 카페 시옷 익산 카페 

손님 없는 오후 1-3시, 나뭇가지가 흩날리는 그 창 바로 앞 큰 테이블에 앉아서.

∙ 무명 서점 제주 책방

: 책’에 집중한 내가 단골 삼고 싶은 동네책방

∙ 달팽이 가게 담양 제로 웨이스트 샵  

: ‘물건 하나하나들이 갖추기 식으로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고 정말 선별해서 고른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어? 여기서 진짜 이 사장님의 공간인 것 같다. 이것은 누가 흉내 내려야 낼 수도 없는 공간이구나. ‘그래서 저는 그 공간이 되게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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