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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editor Nov 06. 2021

Interview:우리가 사랑한 로컬공간 그리고 사람

유연함을 꿈꾸는 공간, 평화와 평화를 만나다_강평화(1)

사랑과 행복을 충전하는 곳이 있다.

곳곳에 숨겨진 활자들로 위로받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유연함을 꿈꾸는 공간, 평화와 평화를 만났다.




 [평화와 평화, 공간이 장소가 되기까지]



평화와 평화(이하 ‘평평’)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는 3층에 있고 넓은 곳입니다. 공간과 장소를 구분하며 사용하고, 공간을 장소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커피와 디저트를 팔며 사이사이 하고 싶은 일을 해요.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즐거운 하고 싶은 일”을 사이사이 하고요. 그것이 꼭 영리 목적을 띄지 않아도 된다고 저희끼리는 약속했어요. 우리끼리 노는 것을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내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현장 일이 힘들지만, 그 힘든 것을 감내하면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대부분 그런 것들로 시간을 꾸리고 있고요.     


공간 이름이 특이하고 재미있는데 이름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이름에 큰 의미를 담지는 않았어요. 평생 평화를 이름 명사로 써왔어요. ‘평화야. 평화네’처럼요. 그러다 공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우연히 누군가 “평화에서 만나자”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순간 “평화”라는 단어가 팍 하고 꽂혔어요. 사실 이전까지는 제 이름이 평화이기 때문에 착해야만 할 것 같아 싫었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공간을 한다면 이름을 평화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지 제 이름이 평화였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여태까지 계속 들어왔고 계속 써왔던 이름이 그 순간 되게 생경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럼 왜 ‘평화’로 하지 않고 평화와 평화가 되었나요?     


원래 “평화”로 하려고 했는데 준비하던 중에 “평화”라는 공간이 생긴 걸 발견했어요.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다 보니 위치 태그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름이 중복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이름을 고민하다가 ‘디자인적으로 사람 강평화와 작가 강평화가 도치되는 느낌이 나면 어떨까, 반복해보는 건 어때?’라는 의견이 제시된 거죠. 그것들이 의식의 흐름이었던 것이지 어떤 식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타이포, 텍스트, 디자인 등등에서 평평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요소들이 다양하다고 느껴요. 평화님은 이 모든 것의 디렉터이자 기획자의 역할인데, 이전에도 기획 관련된 일들을 계속해오셨나요?     


일단 사람을 모은 것은 제 능력은 아닌 것 같고, 다가와 주는 사람들의 용기가 훨씬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가와 주는 것뿐만 아니라 평평의 매출이 바닥인 걸 아는데도 해보고 싶다고 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걸 함께 견디는 시간이 있었고요. 저는 그 용기가 훨씬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관점에서 표현해보자면 저는 기획자 출신이 맞아요. 도시 재생일이나 기획자들과 일하기도 했고, 레스토랑이나 텍스트 디렉터로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어떤 직장인으로서 역할들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것은 활동성이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어설픈 삶의 이력들이 분명 존재했는데 그런 이력들이 하나로 꿰어진 거라고 생각을 해요. 평평은 ‘기획하는 걸 내가 좋아하는데 돈을 벌면서 기획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계속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 겸 카페가 눈에 들어와 시작하게 됐어요. 출신 성분은 딱히 상관없는 것 같아요. 진짜를 탐구하고, 남 것을 따라 하지 않고, 인용하고, 응용하고, 학습해서 내 것으로 발현할 수만 있다면 어떤 출신과 무관하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언어로 공간이 표현됐던 건 그것 또한 의도했다기보다 평화님이 지금까지 꿰어온 것들을 활용하기 위해서 시작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사실 평평이 되게 많은 브랜드를 카피하고 흉내 내요. 이게 어떤 브랜딩의 근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나만 따라 하면 그것은 도둑질이지만 하나에 다양한 것을 집합해 넣으면 그때부터는 우리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단 기초하는 우리의 것이 본연에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이젠 우리 거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다운 것이 뭔지 그때부터 조금씩 알게 됐고요. 그래서 되게 많은 것을 시도하고 따라 해요. 다양한 것을 세분화해서 다양한 것들을 카피하고 학습하고 “평평화”해서 “평평”스럽게 발현해내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평평의 콘텐츠가 유연했으면 좋겠어요. 뭘 해도 다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게요.    

 

좋은 것들을 잘 채집해 학습된 공간이라 그런지 평평은 ‘브랜딩이 참 잘 되어있는 곳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저는 이 공간이 갖고 있는 무드를 좋아하고요. 공간을 처음 구성할 때 제일 중점을 뒀던 게 있나요?     


공간도 유연하기를 원했어요. “모든 가구는 나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장 큰 핵심이었어요. 그리고 “디자인이 엄청 유니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것이 우리를 먹게 먹고 살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모든 가구가 다 이사를 할 수 있어요. 초반 세팅 값과 지금 세팅 값이 달라요.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있거든요. 팝업이나 이사를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랬을 때도 가구를 들고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평평이 노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노포라는 기준이 같은 가구를 계속 썼을 때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공간은 바뀔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이 가구를 그대로 들고 다른 데로 가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거죠. 공간도 유연할 수 있도록.     


사진 제공 : 평화와 평화(의자 사진)


평평이 올해 리뉴얼을 했잖아요리뉴얼하면서 공간 포인트를 줬던 부분이 있나요

평평만의 디테일도 궁금해요.     


공간 리뉴얼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이대로 가면 지금은 잘 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어떤 식으로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필수적인 전략들이 지금의 의자들이었죠. 평평의 디테일들은 모습이 많아요. 티코스터도 있고요, 노래는 안 들릴 수도 있고 들릴 수도 있는데 그건 의도된 게 맞아요. 저희는 모든 스피커가 바 쪽에 형성돼 있어요. 노래를 틀 때 되게 신중하게 틀려고 하고 노래가 우리 스피커를 자랑하기 위한 노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조명 같은 경우는 맨날 낮에만 작업하다가 어느 정도 공사가 마무리되고 가구들이 조금씩 들어올 때 밤에 동료들이랑 들어와서 불을 딱 켰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아 천장 조명을 없애야 된다.'라고 과감히 결단을 내렸던 거고요.

시즌 2의 포인트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저희가 요즘 갖고 있는 관심사가 공간에 묻어나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식물이 있죠. 공간을 가꾸는 사람이 식물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무지함이 공간에 여실히 느껴지는 게 식물이거든요. 그런 요소에서 '식물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그냥 우리가 식물을 하고 싶고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것이지 어떤 포토 스팟이나 의도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어요.     


사진 제공 : 평화와 평화


이곳에서 진행되었던 팝업이 많아요그런 팝업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팝업은 다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종류의 본능적인 욕심에서 시작되는 거였어요. 그렇지만 그것으로 인해 깨달은 것은 ‘혼자서는 절대로 못 하는 것들이구나, 같이 해야 생존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죠. 개인 브랜드가 팝업을 해서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단단해지고 밀도 있어지고, 그 밀도가 부피적으로 늘어나면 다시 응축시켜서 밀도를 만드는 이 행위를 계속 반복하는 것 같아요. 


특히 평화’ (피스 스템플러팝업은 정말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어요예를 들면 이런 거죠. ‘왜 평화와 평화는 (전주평화동에 없나’ 같은 맥락이요피스 스템플러뿐 아니라 팝업의 종류가 되게 다양했잖아요커피 서점이라고 이름을 명칭 했던 것처럼 세가방전시도 했고오브젝트소소문구커피 브랜드인 베르크 등등 팝업의 지점들이 되게 다양하고 새롭다고 느꼈어요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전주 안에 있는 카페가 팝업의 첫 번째였어요. 두 번째는 대전에 있는 카페. 세 번째는 천안에 있는 브루어스. 그 사이에 베르크랑 일주년 콜라보를 했고요. 그다음에 세가방 전시를 하고, 오브젝트, 소소문구가 들어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원뿔형으로 확장되어가는 거예요. 좋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을 잘 모시고 내려와서 좋은 것들을 합리적인 기간과 공간, 그리고 나이브한 공기 속에서 전달하고 싶은 게 목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것들이 들어와도 우리가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평평에서 이런 걸 시작했대’라고 했을 때, ‘아 -’ 이 정도에서 그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킨다기보다는 저희가 재밌어서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잘 찾았으면 좋겠고, 지금은 그것들을 탐구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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