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사회부 소속 한 기자님으로부터 조국 사태 등으로 드러난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강민정의원님의 코멘트를 부탁받았다. 원래 훨씬 짧게 써야 하는 건데 담고 싶은 맥락이 많아 이것저것 넣다 보니 결국 또 길어졌다. 사실 이것도 더 길었는데 줄여야 할 것 같아서 뺄 내용 빼면서 줄인 거다. 만약 분량을 조금 더 쓸 수 있었다면 "담론 구조의 한계가 문제일지라도, 그 한계와 배제에 대한 책임을 ‘힘듦’을 호소하는 개인의 이기심에만 전가해버리고 마는 것은 또한 마찬가지로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처사일 것"이라는 맥락을 추가했을 것이다. 그래도 기록은 해두고 싶어서 여기에 올려둔다.
공정 담론과 기회·조건의 평등은 내 대학 생활 중 가장 큰 학문적 관심사였으며,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이기도 하다. 고민은 많은데 뾰족한 묘수는 떠오르지 않는 영역이다. 향후 관련해서 깊이 토론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함께 덧붙인 사진은 곱씹어 읽으려고 아껴두고 있는(사실 이건 핑계일 수 있다) 내 자취방 책장 속 최애 독서목록이다. 아래는 기자님께 직접 써서 보낸 의원님의 코멘트.
"최근 촉발된 공정성 담론은 결국 각박하게 서열화된 이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수많은 이들의 ‘힘듦’에서 시작된 것이고, 각자의 수많은 ‘힘듦’에 정치권이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이의 본질을 올바로 짚어내야 한다. 불공정의 원인은 불평등이다. 소득 격차와 자산 격차가 정권과 관계없이 갈수록 극심해지며 출발선부터 불공정한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지만, 현재의 공정성 담론은 대입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결승선에서의 불공정에만 머물러있다. 이러한 담론 구조의 한계가 문제의 본질보다는 표상에만 집중하게 하는 역효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불공정의 문제가 갑자기 등장한 이 사회의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는 단지 점진적으로 적체되어 오고 있었을 뿐이고, 최근 불거진 기득권 계층의 일탈 행위 등 ‘스모킹건’의 등장을 기점으로 표면화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특정 정권을 향한 정쟁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급한 불을 끄려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앞서 짚은 담론 구조의 한계도 결국 정치권의 몰이해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치적 이득만을 위한 근시안적 접근은 문제의 실질적 극복보다 결국 정치적 발언권을 과점하고 있는 특정 계층의 이해와 ‘힘듦’만을 대변하고 마는 배제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데에서의 기득권 계층의 반칙과 일탈 행위를 결승선에 서서 규제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결국 그 반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출발선에서 결승선에 다다르기까지 반칙과 불공정한 차이를 만드는 물질 자본과 문화 자본의 불평등한 힘을 끊어내는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다. 돈으로 학벌을 살 수 있게 하는 불법·과열 사교육을 근절하고, 부모 찬스와 기득권 네트워크를 계속적으로 작동하게 하여 기득권의 대물림을 가능토록 하는 수직적 학벌 구조와 고교·대학에서의 서열화 구조를 과감하게 깨어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남과 비강남 등 폭력적 지역 격차로부터 교육의 균형발전을 이뤄내는 것이 그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