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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이혜림 Mar 28. 2024

단순하게 산다

단순하게, 별일 없이, 이렇게 살아요 

단순하게 산다는 것. 


어떤 삶이냐면, 

냉장고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다.

대체적으로 텅 비어있는 경우가 더 많고 

사나흘 이상 묵혀있는 식재료나 음식도 없다.


식생활이 아주 단순해진다.




오늘 뭐 먹지? 그런 고민할 필요 없이 

냉장고를 열어서 눈에 보이는 걸로 

음식을 해 먹으면 된다.


냉장고 지도를 그릴 필요도 없고 

냉장고 파먹기라는 단어와도 

거리가 멀어진다. 


대용량으로 싸게 사기보다는 

정가 주고 소포장 되어 있는 걸 사다보니, 

어쩐지 알뜰한 살림 안 하는 것 같아 보여도 


막상 한 달 뒤에 정산을 해보면 

대용량으로 싸게 많은 음식을 사들일 때보다 

훨씬 가계부가 가볍다.


뭐 먹지? 뭐 해먹지? 뭐 사 먹지?

그런 고민에서 해방. 


매번 비슷한 식재료를 비슷한 양을 사서 

비슷한 음식을 해 먹고 비슷한 생활을 한다.


생활은 더없이 단순해지고 

이따금 하는 기름진 외식은 반갑고 기쁘다.







삶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의식주의 단순화.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을 

더는 단순해질 수 없을 만큼 

가장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들어놓으면 

삶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플하고 가벼워진다.



한순간에 만들어내는건 분명 어렵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비울수록 모든 게 명료해진다.


가벼워진다.

나의 중심이 생긴다.





날씨가 풀리면서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재미가 생겼다.


두팔 가득 오늘의 장바구니를 안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 

얼마나 행복하게요 



동네 문구점 찾기 하늘의 별따기 

캘리그라피펜 없어서 일단 붓펜 샀다.


출간 서점 이벤트로 저자 친필사인.

사인도 없는데, 큰일이다.



점심메뉴는 떡볶이와 김밥. 


골목식당에 나온 집인데 진짜 맛있다.

한 번 먹고 나니 종종 생각나는 맛 



두부 만들어 파는 가게에서 산 콩물.

국산콩 100%.

진하고 고소하다며 남편이 좋아했다.





장바구니의 메인 녀석들.

찹쌀떡과 딸기



집에서 셀프로 딸기모찌 만들어 먹었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찹쌀떡을 가위로 잘라서 

잘 씻은 딸기를 위에 얹어주면 끝 

칼로 자르려고 하면 지저분해지고 

잘 안 잘림. 해봄.^^ 




맛있는 찹쌀떡에 맛있는 딸기를 합쳤으니 

안 맛있을 수가 없는 맛.

이미 상상 되는 맛. 근데 맛있는 맛 

아는 맛이 더 무서운 그런 맛있는 맛 







나는 떡을 반으로 잘라 

그위에 딸기 올려 먹는게 

가장 간단해서 이렇게 해 먹었는데 


찹쌀떡을 살짝만 반으로 갈라 

그안에 딸기를 통으로 넣으면 

보기에도 더 예쁘긴 할 것 같다.


손님 디저트로도 강추.

아니다 손님 디저트라면 

그냥 비싼 딸기모찌 사오는게 

더 나을지도..




그렇지만 알뜰한 주부답게 먹기에는 

핸드메이드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먹는 것 만한 게 없다.


요새 딸기모찌 한 개에 삼천 원 훌쩍 넘던데 

나는 남편이랑 둘이 배부르게 먹고 

단돈 1만 원 들었다. 야호! 


찹쌀떡 2팩 5천 원 + 딸기 1팩 5천 원





심지어 너무 배불러서 다 못 먹고 

한 번 더 만들어 먹을 만큼 남았다. 




낮잠 자고 일어나서 한 번 더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몇 번은 더 먹어야 질릴 것 같다.




동생이랑 몇 년 전에 

일본 가고시마 여행에서 먹은 딸기모찌.


그때 한 입 먹고 반해서 

다음 날 또 먹으려고 재방문했던 기억이. 




일본 히로시마 여행에서 사 먹었던 딸기모찌.


일본 갈 때마다 딸기모찌는 눈에 보이면 

꼭 사먹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제 집에서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 


일상의 작은 기쁨, 

만 원의 행복이었다. 




요즘은 새 원고 작업 때문에 

평일에도 날마다 스타벅스로 출근하고 있다.


오전 7시쯤 일어나 책 좀 읽고 하다가 

아홉 시 넘어서 요가.

요가 끝나면 바로 스벅에 가서 

스스로 정한 분량의 원고 꼭 쓰고 귀가.


집에 오면 이미 심신이 탈탈 털려 

밥 챙겨 먹고 집안일 조금 하는 것 외에는 

뭘 못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 생각 없이 

루틴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중. 

그래야 흘러 간다. 물 흐르듯- 성실하게, 






할일 많은 와중에도 작은 틈을 발견해  

여유를 만들고 느긋함을 누리는 건 

순전히 나의 몫이다.


오늘은 작업하며 뭘 먹어볼까 고민하고 

안 먹어본 간식을 맛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소소한 여유.




너-무 배고팠던 날에는 한상 가득 

브런치 차려 먹기도 한다. 




재고 없는 매장이 더 많아서 

먹기 힘들다는 플랜트 토마토 스프.





스프 구입하면 통밀칩을 주는데 

똑똑 부셔서 스프랑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다.


미트볼은 플랜트 미트볼인데 

맛도 식감도 딱 인스턴트 미트볼. 


뜨끈하게 한 컵 먹고 나면 

속이 따뜻하고 은근 든든해서 

앞으로 자주 사 먹을 것 같다. 




유퀴즈에 나의 최애 배우가 둘이나 나오다니! 

게다가 헐리웃 배우가! ! 


내 사랑 듄을 보러 가야하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내야지 싶다. �




여전히 설거지 건조대는 없는 생활.

소창이 많은 역할을 해내는 중. 





남편 단백질 충전용 백숙.

통마늘, 양파만 넣고 끓여도 충분히 맛있다.

대파는 집에 없어서 안 넣음


백숙이야말로 초심플 미니멀레시피. 







양파 손질 하는데 곰팡이. 읔. 

나머지 양파들도 상태가 좋지 않다.

이렇게 오래된 양파를 팔다니, 조금 속상했다.


근데 가만 생각하니 햇양파 슬슬 나올 시기

그래, 상태가 안 좋을 만도 하다.

끄덕끄덕, 다 이해가 된다. 자연이니까. 




신선한 양파는 껍찔만 벗겨 보관하는데 

이건 빨리 소진하려고 싹 벗기고 

물로 씻어냈다. 


양파 요리를 고민해봐야겠다. 





백숙을 끓이며 사부작 사부작 주방 정리하며 

주부로서의 퇴근을 준비한다. 




야무지게 커피머신도 청소했다.


살림은 상사가 없으니 칭찬해줄 사람 없어 아쉽다. 

내가 자주 칭찬해줘야지. 오늘도 잘했다! 

퇴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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