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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Sep 20. 2022

대체 어쩌려고

플로깅 69, 70, 71번째

일단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쌓이고 나면, 어김없이,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 위험한 채로 섞여 나오기 마련이로구나. 


위는 여태까지 쓰레기를 주우면서 내가 관찰로 알아낸 사실 중 한 가지이다. 연휴가 끝나고 쓰레기 수거업체가 다녀가고 난 후 동네쓰레기터 바닥을 살펴보니 커터 칼날, 긴 못처럼 생긴 드라이버 등이 떨어져 있다. 역시. 이렇구나. 

  

연휴가 끝난 후 쓰레기 수거 후 남아 있는 선풍기 날개, 커터칼날, 뾰족한 드라이버(좌) 커터칼날과 주은 마스크 등을 이용하여 안 다치게, 그 누구도! 안 다치게 포장합니다(우)


커터 칼날은 잘 포장해서 버리고, 드라이버는 어쩌지 못해서(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사람들의 발길,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에 감춰두었다.    


커터칼날을 싼다. 신문지+비닐로 꽁꽁. 그 위에 뽁뽁이. 그리고 커터칼날 위험이라고 써둠.


지난달이든가 연휴 전 옆동네 골목에 하염없이 정신없이 쓰레기가 나와 있는데, 그때도 포크가 달랑 떨어져 있는 걸 봤다. 쇠포크였다. 어? 쇠포크는 어떻게 버리지?

 

스테인리스스틸 재질로만 되어 있는 포크면 고철로 배출하는데, 플라스틱 등 다른 재질이 혼합되어 있는 포크라면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서 검색이 잘 안 돼서, 일단 현장에서 지혜를 발휘해 배출법을 추측해보고 일단 쌌다. 


나중에 집에 와서 2019년도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 Q&A 사례 100 PDF파일 중에서 찾아봤다. 추측한 배출방법이 맞았군. 이건 좋은데 바빠서 사진을 못 찍어 아쉽네.


배출일이 아닌날 쌓인 옆동네 쓰레기터 덩그러니 포크를 잘 싸서 버렸음(좌). 연휴 끝난 후 또다른 옆동네 쓰레기들 병조각 하나 치우니까 다행히 쓰레기수거차가 왔음(우)


그리고 여전히 기분이 찜찜하다. 한편으로는 옆동네 쓰레기터는 다시는 안 가겠다고 다짐한다. 저번 여름휴가 때 선하게 살라는 부처님 말씀을 받아들었건만 무리네요. 부처님, 하느님 ㅋㅋ. 내가 당장 갖고 있지 못한 선의, 내가 지닌 이상의 선의를 주려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기에. 


아뉘, 이렇게 해서 가지말자고 결심한 옆동네 (쓰레기터)가 벌써 다섯 곳이 넘었다. 이게 뭐야.ㅋ




그나저나 쇠포크를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어떻게 될까? 서울이 아닌 곳에서 쓰레기를 소각, 매립을 한 후에 나중에 남은 쇠부분을 자석으로 골라내겠지. 현재 거대한 서울에는 매립지가 없고 수도권에 있다. 매립지가 있는 서울 옆 도시 주민 대다수는 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는 의견이다.(즉 더 이상 서울 쓰레기를 받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란 소리)

      

조만간 서울과 갈등이 불거질 듯한데, 서울은 서울에서 매립지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게 서울시민인 나의 생각이다. 자기 지역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는 게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고.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불법 수출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나라 한국의 쓰레기 중 5100톤이 민다니오 주민의 반발로 반송되어 왔다.(2020년) 필리핀에 돈을 줬는데 왜 불법 수출이고 왜 나쁜가하면, 재활용 분리가 되지 않은 쓰레기는 국가간 이동을 금지한 유해폐기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국제협약인 바젤협약 위반사항) 더욱이 악취와 침출수, 유독가스 등등을 다룰 기술이 없는 취약한 곳으로 수출하다니. 

     

전에도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중요한 사항이기에 여기서 또다시 써야겠다. 돈을 얼마나 주던간에 정당하지 않은 거래는 세상에 얼마든 있다! 장기매매나 성매매, 고리의 불법사채 등과 같이. 


간간히 오며가며 길거리 쓰레기(불법 배포된 불법 사채의 광고명함, 마스크, 시각장애인 보도블럭(노란색)에 떨어진 페트병 등을 주워서 버림. 




고등학교 때 학교도서관에서 정말 흥미롭게 읽은 르포소설이 있었다. 당시(1990년대 초)는 학교도서관이든 공공도서관이든 정말이지 얼마 되지 않는 책만 겨우 소장하던 수준이라 도서관이라 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어쨌든 행운처럼 그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르포작가인 유재순 씨의 신동아넌픽션 1985년 당선작인 <난지도 사람들>인데, 당시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내용이었다. 아직도 생생히 나의 뇌리에 남아 있는 대목이 있다. 쓰레기산, 쓰레기더미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거주하는 비닐하우스로 끌어다가 난방을 하여서 몹시 위험천만하게 겨울을 나는 풍경.     


학생운동을 했던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1990년대 초에 민주화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을 서울 도심에서 때려잡아서 닭장차에 잡아넣으면, 난지도에 내려놓고 갔다고 한다. 그 무렵 난지도는 교통도 좋지 않고,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았다. 그러면 차비조차 없는 가난한 대학생들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걸어서 집에 갔다고.      


난지도는 현재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세계에는 예전의 난지도와 같은 지역이 많다. 쓰레기를 주워서 먹고 살아간다는 지역 캄보디아 안롱피, 이집트 모카탐, 필리핀 파야타스, 인도네시아 반타르 게방 등등.      


거의 30년만에  <난지도 사람들> 표지를 찾아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그들과 함께 살아보지 않고서 어떻게 쓰레기 줍는 인간들의 뼈아픈 울음을 알 수 있는가?”      



오늘의 정리 

2022년 9월 20일 오늘 한국정부가 ‘원전은 친환경’이라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기업 등의 활동이 친환경 활동인지 살피고 투자 지침으로 활용하는 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되면서, 그렇지않아도 친원전인 정부의 방향에 더욱 힘이 실린 것 같다. 참고로 그린피스 등 세계적 환경단체는 곧 EU 집행위를 제소할 것 같다. 오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고.      


원전밀집도 세계 1위인 지역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 인류의 최대 쓰레기인 핵폐기물(방사성폐기물)을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핵쓰레기가 아닌 그냥 넘쳐나는 물건 쓰레기만으로도 이렇게나 난제이고, 충분히 지속가능한 환경으로 풀어내기가 결코 쉽지가 않은데. 사고시에 아무도 책임지지 못할 재앙이 될(그래서 두려운) 일을, 대체 어쩌자고 이리 벌이는지 모르겠다. 


안전하니까 안전하다. 순환논리의 오류만 끝없이 반복하고 있다.     


오늘의 빅뉴스를 듣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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