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법은 조변 Apr 27. 2024

의대정원 이슈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것들.

보건학사이자 대학병원에 근무했던 변호사의 짧은 생각.


안녕하세요.

대학병원에서 근무했었던 민법은 조변입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의대정원 이슈에 대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맥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살펴봅니다.


1. 의대정원은 미래의 문제이고, 의료공백은 현실의 문제입니다.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미래의 문제입니다. 당장 정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의대 정원을 당장 어떠한 수준으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어떠한 변화가 당장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할 때까지는 그 의료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https://v.daum.net/v/20240426104344225


그런데, 현실에서는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주 1회 외래진료를 보지 않겠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닙니다. 외래는 수술과 입원진료의 첫 단계에 해당합니다. 외래 환자가 줄면 수술과 입원 환자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병원의 교수급 의료인이 제공하는 상당한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그만큼 현실에서 제공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학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중증질환도 있는데, 그러한 질환의 진료시점도 부득이 늦거나 취소 것입니다.


주 1회 셧다운으로 대학병원의 적자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인력의 부족(전공의 부족)으로 인하여 셧다운을 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셧다운으로 인한 병원의 적자 확대는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습니다.


2. 의대생 교육, 양성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0명이던 또는 그 이하의 어떤 수준이던, 그 증가된 인력을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늘어난 의대생을 어떻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지, 그렇게 교육을 받아 양성된 의사들도 국민들이 똑같이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교육'에 의한 전문적인 의료인 양성은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의사 개개인의 의학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증원된 의대생에게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 또는 그 보다 나은 수준의 교육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처방 행위와 진료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의사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3. 의사 수만 늘리는 것으로는 정책의 실효성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 실무는 대단히 분업화,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의사가 할 일, 간호사가 할 일, 의료기사가 할 일, 행정직이 할 일 등 각자가 할 일이 대부분 잘 나누어져 있습니다. 분업의 장점은 효율성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과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합니다. 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분업과 협업의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 신입생 수만 증원한다고 하는 것은 분업과 협업의 프로세스에서 한쪽의 수만 늘어나는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균형이 깨지고 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의 균형과 질서가 이상적이냐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일단 그 균형이 깨지고 질서가 흐트러진 단면은 현재의 의료공백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니다.  영향은 환자에게 갑니다.


의사만 많아진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수도권병원 집중화. 상급병원 집중화 등)가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미래의 "의료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 등기타 관련 인력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의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4. 단기적인 문제 해결과 중장기적인 제 해결을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발생하고 있고 확대되고 있는 대학병원의 의료공백(셧다운)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많이 기다려야 했던 대학병원 진료를 일단은 원상태로라 돌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병원은 급성기 질환만 고치지 않습니다.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악성신생물, 즉 ''은 대부분 만성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진료공백이 장기화되면 그 피해는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출생, 고령화, 인구감소,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의료제도와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늦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으로 펼쳐질 미래의 의료환경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수요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에 면밀히 대응할 수 있는 종합계획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적의(또는 최선의) 의대 증원 숫자는 고유한 하나의 숫자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숫자만으로 보건의료제도가 완성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100년 간의 보건의료제도를 어떻게 가져갈지,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는 또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의미 있는 의견개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정원은 한 시점에 하나의 숫자로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구독자가 1,500명이 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