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3년 간 국무총리 산하 정부국정과제 평가위원으로 위촉되어 연말마다 정부국정과제 실적을 평가한 적이 있었다.
내가 변호사이기에 비교적 젊은 나이였지만, 법무부와 검찰청, 경찰청을 평가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매우 자세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자신이 맡은 국정과제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판단될 자료를 제시했다. 현장감과 전문성이 돋보였다. 수사를 할 때, 방범활동을 할 때, 교통업무를 할 때 등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세한 업무 지침을 마련하여 일을 한다고 했다.
법무부와 검찰청은 그렇지 않았다. 아나운서 발성을 가진 검사가 멋지게 발표를 했다. 그럴듯하게 잘 포장한 자료들이 보였지만, 빈틈을 찾아 질문을 하면 내가 잘 몰라서 질문을 하는 것이라는 답을 했었다.
"위원님께서 잘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만..."
평가자를 무안하게 하는 피평가기관이었다. 고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국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2년 연속 경찰청에는 우수한 평가를 하였고, 법무부와 검찰청에 대해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지 못했다. 제시된 자료와 데이터에 근거해서 평가를 했을 뿐이었다. 경찰청의 자료는 다소 투박했지만, 국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법무부와 검찰청은 제시한 자료와 대응부터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2년 간 상반된 평가를 하고나니, 3년 차에 나는 법무부와 검찰청의 평가위원에서 제외되었다. 국무조정실 담당자는 통상적인 위원 변경이라고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나는 여전히 3년 차에도 경찰청을 평가할 수 있었다. 변경된 것은 법무부와 검찰청 평가였다.
나의 평가 결과에 대하여 법무부와 검찰청이 항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평가결과는 익명으로 관리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3년 차 나는 경찰청과 법제처의 국정과제를 평가했다. 두 기관의 실적은 법무부와 검찰청의 실적과 매우 달랐다. 솔직하고 믿음을 주었다.
나는 여전히 법무부와 검찰청이 나를 비롯한 평가위원들에게 답변했던 태도를 기억한다. 평가받는 자의 통상적인 태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그들의 국정과제였지만, 국민인 평가위원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매우 특이한 조직이라 생각했었다.
그 때부터 나는 개별 검사님들은 신뢰하더라도, 법무부와 검찰청이라는 조직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10년 전의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래서 나의 경험과 판단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법무부와 검찰청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