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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Jul 02. 2024

아프리카 상아해안

한국에서 당구로 인생이 바뀐 캄보디아 여인


우리의 해피 라틴 호는 지브롤터를 지나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서해안으로 남진한다.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에 비료를 풀어주러 간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노획한 코끼리 상아를 유럽으로 보내던 상아해안은 굴곡이 완만한 해안선으로 60여 km나 된다.

아이보리코스트는 불어로 코트디부아르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자국어로 번역하지 말고 코트디부아르 그대로 사용해 줄 것을 원한다.

1890년대에 세네갈, 기니, 가봉 등과 함께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공용어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우리보다 좀 늦은 1960년에 독립했다.


상아는 코끼리의 코 양옆으로 길게 튀어나온 엄니를 말한다.

엄니란 흔히 어금니로 알거나 송곳니로 생각하기 쉽지만, 앞니의 일종으로 따로 뿌리 없이 끝없이 자란다.

멧돼지, 바다사자 등은 송곳니가 길게 자란 것이고 상아는 앞니라는 점이 다르다.

패션, 봉제업에서 말하는 '아이보리색'은 이 상아의 색이다.

코끼리 뿔은 적을 공격하거나 수컷끼리 서열이나 영역 싸움할 때 무기가 된다.

상아는 꽤 튼튼해서 아프리카나 인도에서 흥분한 코끼리가 날뛰면서 상아에 사람이 찔려 죽기도 한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암수 모두 상아가 있지만, 인도나 아시아코끼리는 대부분 수컷에게만 상아가 보이는데 이는 암컷의 상아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아시아코끼리의 상아는 연해서 가공이 쉽지만, 변색이 잘 되어 아프리카코끼리 상아를 선호한다.

상아가 귀중품으로 취급되며 밀렵 대상인 이유는 색이 아름다우면서 구하기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대체 소재가 상아의 장점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과거에는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지금도 지구상의 모든 코끼리의 상아로 전체 수요의 반도 못 채운다고 한다.

상아의 성분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치아와 별다를 게 없고 도장이나 공예품, 피아노 건반 등으로 사용했으며, 연한 상아질 부분으로 당구공을 만든다.

상아로 공예품과 당구공이 많이 사용되면서 상아가 부족해지자 다른 재료로 당구공을 잘 만드는 사람에게 상금을 준다는 회사도 생겼다.

도장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인주의 빨간 물이 들기에 점차 우아하게 변한다고 한다.


코끼리를 밀렵하는 이유는 거의 상아 때문이다.

지금은 멸종 위기에 몰려 밀렵을 금하고, 밀렵꾼을 막기 위해 군인까지 동원해서 코끼리를 보호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상아의 수출입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코끼리 밀렵과 상아 밀거래는 지금도 일어나고 특히 아프리카가 심하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 품질을 높이 쳐 주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크고 좋은 상아를 가진 코끼리일수록 먼저 사냥하고, 오히려 상아가 작거나 없는 코끼리는 살아남아 약한 놈만 번식되는 실정이다.

코뿔소도 비슷하게 밀렵꾼들에 코 뿔이 잘리고 있다.

요즘은 상아를 대신해 시베리아에서 매머드의 뿔까지 캐서 팔아먹는다고 한다.

아마존강의 단단한 상아야자가 상아 대신 쓰이기도 한다.

식물성 상아라고 하고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상아 대체재라고 한다.


동물 보호단체나 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중국 정부는 상아 매매를 금지하고 상아 가공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홍콩의 상아 거래소 또한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세계 상아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코끼리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상아 매매를 금지하고 현재 상아 매매는 대부분 일본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일본이 포경 문제에 대해 내로남불로 일관하는 것처럼 상아 거래에 대해서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이 상아에 대해서 어영부영하는 데에는 도장업계의 입김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진국 일본의 행정 처리가 아직도 도장 찍고 아날로그 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지금은 당구공을 여러 업체가 만들지만 지난 백여 년간 벨기에의 한 기업이 독점 생산했다고 한다.

그리 복잡할 것 없는 당구공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탄성은 필수고, 오래 사용해도 깨지거나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

당구공에 첨가되는 물질과 제조 과정은 업계의 극비 사항이다.

현재 사용하는 당구공의 주성분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페놀수지이다.




당구는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 세계의 당구 동호인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만 해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기는 스포츠이다.

항구의 바나 스트립 바에 포켓볼이 있는 곳이 많다.

한국으로 시집온 캄보디아의 딸 스롱 피아비라는 미인이 감자 캐다가 늦게 당구를 배워 한국 챔피언에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가 캄보디아가 난리 났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태권도와 함께 당구를 배우는 꿈나무들이 늘고 있단다.

피아비는 선수 생활 틈틈이 그동안 모은 돈으로 고향에 학교를 짓고 장학 사업에도 열심이란다.


인류의 물욕에 희생된 자연은 코끼리 말고도 숱하게 많다.

천연 보랏빛 염료를 얻기 위해 고동 만여 마리에서 얻은 양은 고작 1㎎이라고 한다.

자연은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었다.

우리는 자연에 무엇을 돌려주고 있을까?

화석 원료로 넘쳐나는 일회용품과 오염물질을 대기와 자연에 쏟아내 자연을 파괴하고 숨을 옥죄이고 있다.

당구공처럼 생긴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형은 결국 변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인류는 지금 감염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존의 경험과 약들도 통하지 않는다.

둥근 지구 위에서 우리는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당구공처럼 두리뭉실하게 더불어 살아왔는지 의문이다.

자연의 무수한 경고에 우리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변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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