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살면서 한번쯤은 열정을 가지고 살았던 경험이나 순간들이 있다.
열정의 대상이 사람(연예인)일 수도 있고, 커피(또는 도마뱀)일 수도 있으며, 청소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열정을 가지는 대상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며, 열정의 크기가 다르다.
열정이라 하여 온 삶을 불싸지르고, 오직 그 열정만을 위해 살아가야 할 필요는 없다.
열정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뜨거움 때문에 열정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 하루를 두근거림과 기분좋음으로 채울 수 있으며, 단조롭던 나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한 첫해, 나는 신랑을 두고, 위암수술을 막 끝낸 친정엄마를 두고, 그렇게 혼자서 노량진으로 갔다.
서울에서의 나의 첫 방은 고시원이었다. 매우 씩씩한 척하며 호기롭게 올라왔지만, 고시원 방을 보고 나는 그날 밤 울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벌이가 없어서, 신랑이 벌어놓은 돈과 시댁의 도움을 간간히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최소한의 비용으로만 살아야했다. 그 중에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당연히 식비였고, 시간을 아끼고 싼 음식에 커피까지 나오는 가성비 쩌는 한끼는 맥도날드였다.
직강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침 일찍 나서서, 강의실 앞에 가방을 두고 줄을 섰다. 조금이라도 강사 가까이 앉아서 수업을 듣겠노라는 간절함에서 나온 행동이였는데 그렇게 매주 토요일 나는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세트를 사서 먹었다. 아침 7시도 안되는 시간에 맥도날드 매장에 앉아서 아주 쓰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내가 처량함과 동시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가슴 가득 차올랐었다. 30살, 20대들 사이에 끼여서 궁상맞아도 더 악착같이 사는 나에게 도취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의 찬 공기와 내 인생처럼 쓰지만 따뜻한 커피가 항상 이렇게 겨울이 되면 생각난다. 나를 또 끓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평소보다 일찍 등원시키고 차가운 공기에 커피 생각이 간절하여,
출근길을 한참 돌아 맥도날드에 갔다. 그리고 맥모닝세트를 시켰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다.
맥모닝세트 하나로 오늘 나의 하루는 다시한번 열정으로 가득찬다.
차가운 겨울을 후끈하게 데워줄 또 하나의 열정의 끈을 찾으러 가보자.
그리고 우리 모두 오늘 하루를 애정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