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人 대하 2부작-프롤로그
2020년 6월 30일. 이날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분노의 밤’이었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분노의 날이 시작됐다. 7월 1일부터 점령국인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의 30%에 달하는 영토의 병합을 공식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서안 곳곳에 자리잡은 불법 유대정착촌은 그곳의 원주민인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2019년 8월 열흘동안 서안 일대를 취재했다. 이후 넉달에 걸쳐 내가 직접 보고 들은 현지의 인도주의 재앙을 보도하였고,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이 보도에 그해 과학언론상을 수여했다. 브런치 독자들께 전하는 <팔레스타人 대하 2부작>은 언론보도에 실을 수 없었던 내용을 추가하여 독자들이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 위기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재는 <팔레스타人 대하 2부작> 총 2부작 11편으로 구성된다.
■글 싣는 순서
프롤로그. 당신, 팔레스타人
1부
①헤브론의 이방인들
②베들레헴의 쓰레기 태우는 사람들
③요르단계곡의 황량한 하드보일드
④총 겨눈 앳된 이스라엘 군인
⑤포위된 부린마을
⑥“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2부
⑦엄마는 노란철문 앞에 무너졌다
⑧의료진 향한 총구 불을 뿜다
⑨여성의 이름으로
⑩미국의 팔레스타인 계획에서 한반도가 보인다
⑪서안지구는 누구의 땅인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베들레헴 모처.
모스크로부터 저녁 기도를 알리는 이국적 음률이 아련했다. 수십여 년 간의 갈등이 수일간의 기록에 담길 리 만무하겠지만, 부산을 떨어볼 뿐. 세계 유일 분단국가로부터 온 이방인은 또 다른 세계의 분쟁지역을 기록하며 묻는다.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분리된 세계
미디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관계를 ‘분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팔분쟁’이란 표현은 좀 무책임하다. 점령국인 이스라엘과 피점령국 팔레스타인은 억압과 피억압의 관계로써, 분쟁이라기보다 피점령민의 저항과 이를 무력으로 압박하는, 즉 갈등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의 써내려갈 글에 ‘이팔갈등’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로 한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리장벽. 이스라엘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분리장벽은 피점령지의 삶 70여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때때로 신문지상을 통해 전해지는 가자지구의 폭격과 사망 소식은 ‘팔레스타인=전쟁터’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 우리 대중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가진 인상이란 ‘테러’나 ‘못살 놈의 땅’ 등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못살 놈의 땅,
이 말은 절반만 맞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다. 마실 물, 건강권 등 생존과 직결되는 권리의 박탈 뿐만 아니라 거주의 자유나 교육받을 권리도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서안지구에서 만난 여러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이러한 거부된 권리의 원흉이 그들을 가둔 콘크리트 장벽 때문이라 여겼다. 그들의 분노가 오롯이 점령국을 향해 있다는 점과 동시에 이스라엘의 통제를 감안하면, 못살 놈의 땅이란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엇일까?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팔레스타인으로 떠났다. 앞으로 전할 글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팔레스타人 대하 2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