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기전 생각해보는 위임의 올바른 모습
나의 브런치를 어느정도 읽어보신 분이라면 40대에 공공기관에 입사한 새내기라는 것을 알고 계실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신입일지라도 어느정도 나이가 있다보니 맏선임 역할을 자연스레 강요 받을 때가 많다. 그러다 우연히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골조는 이러하다.
나이 뿐 아니라 연차가 어느 정도 차면 중간관리자는 꼭 맡아야 되더라. 옆팀 A씨는 20대 때 늘 쉬운것만 하겠다던 워라밸 지킴이였는데, 기관 내 중간관리자를 맡을 사람이 없다보니 위에서도 압박이 있고 아래에서도 "일 안하고 쉬운 일만 맡으려한다"며 무시당하기 일쑤라 이번에 울며 겨자먹기로 중간관리자 직책을 맡게 되었단다
결국, 안 잘리고 한 기관에서 오래동안 일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아서 중간관리자를 맡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중간관리자 직책을 맡게 되는것이 필연적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이고, 어떻게 위임해야 욕을 먹지 않는것일까?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조직에서 위임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임은 단순히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떠넘기는 행위가 아니라 팀원의 강점, 현재 스케줄과 업무량, 업무 적합성을 고려한 배분이어야 한다. 위임의 본질은 ‘업무 분담’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공유’이며, 이를 통해 팀 전체가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투나 태도에서 무례함이 섞여서는 안 된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는 잃지 않아야 하며, 상대의 자존감을 해치는 방식의 지시는 조직 문화를 훼손한다.
중간관리자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는 실무자형 리더의 성향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이 책임지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팀원들 밥을 법카로 결제해놓고 자신이 샀다고 생색을 냈다면, 적어도 지출결의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이다. 이는 ‘좋은 일은 내가 했다고 하고 귀찮은 뒷처리는 남에게 시키는’ 방식의 위임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또한 위임은 시점이 중요하다. 전날 리허설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급히 지시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뛰어난 팀장이라면 이미 전체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고,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안내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준비되어 있는 리더는 급박한 지시보다 계획적 안내로 팀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인다.
위임을 했다고 해서 손을 턴 듯이 방관하는 것도 위험하다. 시키고 나서 휴대폰만 보며 가만히 있는 것이 관리가 아니다. 리더의 역할은 팀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큰 그림을 고민하며, 팀원이 일을 하면서도 조직의 비전과 목적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즉,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팀의 목적과 방향성을 정립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은 연차가 쌓이고, 점점 더 관리자의 역할을 요구받게 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다. 팀장이 되면 단순히 업무를 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떤 일을 맡든 체크리스트, 매뉴얼, 프로세스 구조를 만들어두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리더가 되었을 때 필수 역량으로 전환된다.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일을 구조화해 다음 사람이 더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 경험을 자산화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관리자가 된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리더가 아니라 사원, 대리라면 현재 단계에서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은 단순하다.
업무를 맡을 때마다 과정과 기준을 정리해두고, 실행하면서 발견한 시행착오를 업데이트하며, 나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문서와 매뉴얼로 축적해두는 것. 그리고 팀원에게 일을 나눌 때는 존중과 신뢰를 기본으로 하고, 명확한 기대 수준을 설명한 뒤 책임 있게 피드백하고 함께 성장하는 위임을 실천하는 것이다.
중간관리자는 실무자와 관리자 사이의 접점에 선 사람이다. 자신이 직접 뛰어야 하는 동시에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이 두 역할을 균형 있게 가져가는 사람이 신뢰받는 리더로 성장한다. 결국 좋은 관리자는 성과를 혼자 내는 사람이 아니라, 팀 전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