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 확률은 품질의 근본이 되는 이론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제품을 생산할 때도 다양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때 통계적 확률 계산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과거 몇 번의 생산에서 누적 10%의 부적합품률(100개 중 10개는 불량)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고객에게 100개의 제품을 제공(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표현) 해야 한다면, 해당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을 몇 개를 준비해야 하는가는 위에서 구한 확률이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부품을 조달하는 팀은 고객에 100개의 제품을 보내기 위해 최소 112개 이상의 부품을 준비하겠다고 계획을 세운다.
참고로 현재까지 생산에서 수율이 90%(부적합품률 10%)였다고 이번 생산에서도 90% 일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확률 변수 X(수율)는 0%에서 100%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상 모든 일들은 대체로 Data를 누적하면 수학적 확률을 따라가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율이 90% 나올 것이라 예측할 뿐이다.
이런 통계적 확률을 기반한 사고는 상품을 제조하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제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품을 제조할 때 어제까지의 생산 이력이 오늘 생산계획에 영향을 주듯이, 어제까지 나의 일상이 오늘의 일상 계획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상 계획하기-
오늘의 일상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어제까지 일상의 data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늘이 평일이라는 가정하에 내가 오늘 회사에 출근할 확률을 계산한다면, 거의 100%에 수렴할 것이다. 국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나에게 혹은 나의 주변에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나는 출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 회사에 출근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이렇게 풀어 적은 이유는 우리는 살면서 과거의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지기 때문에 잠을 잔다는 생각으로 매일 잠을 청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통계는 100%가 될 수 없기에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잠이 와서 잠을 잔다. 이때 주변의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고정된 수면 습관을 가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일과가 그 수면 패턴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 확신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지인은 자신의 수면 패턴이 자기에게 잘 맞기 때문에 현재 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그 시간에 잠이 오니까 자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을 하게 된 지인은 그 일을 하는 동안 일찍 일어났지만, 그 일을 그만 두자 바로 예전처럼 밤낮이 바뀌었다. 심지어 일을 할 때도 늦게 잠들어서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그리고 어떤 지인은 직장을 그만두었는데도 직장 다닐 때와 비슷하게 새벽이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고 했다. 결국 누구나 자신에 맞는 수면 패턴이 있고, 일과로 그 패턴은 잠시 바뀔 수 있어도 결국 자신에 맞는 수면 패턴을 따라갈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누적하여 계산하면 대략적인 나의 수면 패턴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어제까지의 나의 일상을 분석하면 모든 일과의 평균이 나온다. 나는 언제 잠을 자야 다음 날 상쾌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언제 식사를 해야 속이 편한지, 운동은 얼마나 해야 다음날에 지장이 없는지를 현재까지 경험으로 알 수 있게 되고, 그 Data를 바탕으로 오늘의 수면, 오늘의 식사, 오늘의 운동 등 오늘의 일과들을 계획한다.
- 내가 계획하지만 일상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정의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나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것은 나(신체와 정신)와 나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예를 들어 나 혼자 산책하며 사색하는 것 등)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대체로 나의 의지대로 조정이 어렵기에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과가 모여 일상이 되고,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것이지만, 우리의 일과는 온전히 나의 선택만으로 정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회사의 업무가 많아진다면 나는 야근을 하고 늦게 잠에 들거나,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인생 본질에 대한 오묘함을 느낀다. 분명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물어보아도 대체로 똑같은 대답을 한다. 그런데 왜 나의 인생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정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까?
나는 인생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인생을 일상의 단위까지 나누어 본다. 그리고 그 일상을 일과로 나누어 본다. 그리고 나의 일과를 관찰하면 나의 일과 중에 어떤 일은 온전히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지만, 어떤 일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그 일과를 쪼개 보면 그 일과 안에서 어떤 시간은 나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지만, 어떤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면 한 때는 내 인생은 나의 것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 믿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 때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믿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인생은 어떤 시간은 나의 것이지만 어떤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며, 그 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믿는다.
-통계적 확률과 사주팔자-
동전을 한번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인가?를 묻는다면 누구나 50%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수학적 확률은 1 C1 X(1/2)^1X(1/2)^0=0.5로 50%라고 계산할 수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동전을 던져서 알게 되는 통계적 확률은 수학적 확률의 결과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동전을 10번 던졌을 때 굉장히 낮은 확률이지만 앞면이 한 번도 안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10번 다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던지는 횟수를 늘리면 결국 앞면이 나오는 횟수는 50%에 근접한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동전의 앞면이 나와야 하는데 연속으로 뒷면이 나오는 것처럼,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느낌...... 나의 가장 친애하는 동생은 사주에 능통한데, 그는 나에게 그것을 삼재로 설명했다. 나와 비슷하지만 나와 많이 다른 나의 아내도 사주를 바탕으로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나에게 설명하는 편이다.
솔직히 난 사주 풀이를 믿지만, 100% 신뢰하진 않는다. 사주도 일종의 통계적 확률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는 신뢰한다. 과거 다양한 사람의 운명을 태어난 일시로 분류하여 Data를 만들었을 것이다. 마치 우연하게도 현재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키가 172.5가 되었듯이 어떤 동일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도 부, 명예, 기타 등등에 대한 어떤 기댓값(평균)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 평균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했을 테니, 동일한 생년일시의 사주풀이가 맞을 확률이 어느 정도 나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바넘효과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경향)가 더해지면 사주를 더 신뢰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참고로 이런 방식으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아내와 동생은 싫어한다. 이것 또한 통계적 확률에 근거한 결과이다.)
사주도 잘 모르고 통계학도 잘 모르며, 나의 심리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어이가 없다. 이상하게 알기 위해 노력할수록 마치 쳇바퀴 돌듯이 더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처럼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는 계속 틀렸다. 이게 내 팔자인가 보다.
이렇게 통계적 확률로 본 나의 인생은 이렇다. 나의 인생은 온전히 나의 것인 부분도 있지만, 나의 것이 아닌 부분도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계속 틀렸기에 앞으로도 계속 틀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 틀렸다는 것을 계속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아질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