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취생 Aug 31. 2023

백수의 기댓값과 분산

쉴 수 있을 때 쉬세요. 난 믿습니다.

 백수가 되고 '난 왜 백수가 되었는가?'에 대한 고찰을 한 적이 있다. 일단 내가 백수와 백수가 아닌 것을 구분한다는 것은 일단 차이가 존재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사실 알 수가 없다. 정의하는 Data가 많은 하나의 모집단(존재)으로부터 일부 Sample을 추출하여 기댓값과 분산을 구한다. 통계적 확률에서는 이런 기댓값 E(x)과 분산 V(x)이 그 존재를 정의하는 대푯값이 된다. 그리고 이 값으로 모집단의 차이를 검정과 추정한다.


 백수의 삶을 살았던 나와 백수가 아닌 삶을 살았던 나의 경험 중 일부를 추출하여 비교해 본다. 수입이 있고, 없고의 다름이 존재했다. 그 외에는 취침시간과 기상시간, 식사시간 등 그 외에는 동일하다. 나의 백수 생활을 돌이켜 보면 무엇인가 일은 하고 있었다. 비록 그 일에 대해 당장은 수입은 없었다. 그럼 여기서 수입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투자에 대한 수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가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백수인가 하느냐를 고민해 본다. 내 주변에 몇몇 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고, 주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지인들이 있다. 그들은 과거 나의 초, 중, 고, 대학교 동창이거나 전 직장의 동료였다. 그들은 1년 동안 수입이 없는 경우도 있고, 아주 많은 수입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혹은 마이너스가 발생하여 대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그들의 현재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그들은 계속 투자 일을 하고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백수일 때 수입은 없었지만, 수입을 얻기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직장을 구하는 일련의 행위가 위의 투자 활동과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수입이 있고 없고를 기준으로 백수와 백수가 아닌 것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지금 다시 직장 생활을 하며 수입이 있는 생활을 영유하고 있지만, 50대의 선배들의 퇴직과 회사 적응이 어려워 퇴사하는 후배를 보면서 나의 현재 직장 생활도 언젠가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100%로 확신한다. 따라서 경제적 수입이 있고 없고를 백수와 백수가 아닌 것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수입을 얻기 위한 자기 계발을 포함한 모든 일은 다 수입을 얻는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단어들은 모두 차이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백수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백수가 아닌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그 차이가 수입의 유무로 결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백수와 백수가 아닌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백수라는 단어는 현재 직업이 없는 사람들을 부를 때 사용하지만, 과거는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을 의미했었다. 따라서 백수와 백수가 아닌 것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빈둥거리며 놀고먹는가를 기점으로 구분되는 것 같다. 그러면 여기서 빈둥거린다는 어떻게 정의되는가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빈둥거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자꾸 게으름을 피우며 놀기만 하는 것이다. '빈둥거리다'의 해석을 보고 이 단어를 정의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하였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게으름을 피우며 놀기만 하는 것은 누구나 해본 일일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계속한다는 자꾸라는 부사가 붙으면서, 빈둥거리다는 더욱 완벽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자꾸는 끊임없이 계속한다는 의미를 가진 부사로서 정말 주관적으로 해석하기 좋은 단어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게으름을 피우며 놀기만 하는 것을 몇 시간 동안 몇 번 했을 때부터 자꾸 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는 분명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슬럼프에 빠지거나 기타의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며 놀고먹는 시기가 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유지되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하루 만에 그 게으름을 그만두기도 하지만 누구는 1년 혹은 3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백수의 E(x) 기댓값(평균)과 V(x)는 현재 직업이 없고, 게으름을 피우며 놀고먹는 일상이 오랫동안 자주 반복되냐로 결정된다.




 백수를 변화시키는 믿음의 힘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었다. 직업이 없는 기간이 길어졌다. 도전에 대한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며칠 씩 진정한 의미의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백수였던 그 시기 아내가 나에게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 난 믿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듣는 '믿는다'는 말은 백수였던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하였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대출 증가의 이유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 결국 인생에서 우리를 일으켜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믿음으로 인해 생겨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백수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시기를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믿음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해서 믿는지 믿어서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일련의 행위들은 타인이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마치 로또를 사야 당첨될 확률이 생기듯이, 사랑이나 믿음도 내가 먼저 주어야 상대방이 줄 확률이 생기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통계적 확률과 인생에 관하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