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물고기

천국에서 함께

by 일상라이터



#1. 검은 놈과 흰 놈


검은 줄무늬 물고기와 흰색에 검은 점의 물고기가 있다. (이하 검은 놈과 흰 놈)

물소리가 찰방찰방 나기에 어항을 보니 흰 놈이 검은 놈에게 쫓기고 있었다. 검은 놈에겐 장난일지 모르겠지만 흰 놈은 사력을 다해 도망쳤다.

구석에서 숨을 고르는 흰 놈과 지치지도 않는지 위로 아래로 헤엄치는 검은 놈.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그들의 영역 범위.

어항 속 작은 세상에서도 강한 놈이 많은 것을 차지한다. 다시 물결이 찰방거렸다.

살려주세요, 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어항 속 세계에 잠깐 껴들었다.

껴든다 하더라도 어항을 톡톡 치는 정도. 얘들아, 둘이 친구가 될 순 없는 거니?




#2. 네 마리에서 세 마리로


처음엔 네 마리였다. 한 놈이 약한 애를 너무 괴롭히길래 아빠가 벌을 주기도 했다. 벌이라곤 하지만 독방 어항에 혼자 두는 정도.

그런데 옮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그만 죽어버렸다. 권선징악이라며 담담한 척하셨지만, 끝내 자신이 잘못한 것 같다며 더 이상 물고기 세상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아빠. 그 후로 나머지 세 마리는 잘 지냈냐고? 그럴 리가. 이번엔 다른 놈이 제일 약한 놈을 괴롭혔다. 강자는 바뀌었으나 괴롭힘을 당하는 건 똑같은 물고기였다. 잔인한 생태계.

굳이 물고기들 앞에서 말하진 않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3. 평화로운 우리 집


엄마가 아빠 몰래 플러그를 뽑았다. 이걸 꽂으면 조르르르르 물이 나오면서 물관리를 해주는 것 같은데 엄마는 이 물소리가 싫다고 하셨다.

뽑혀있는 플러그를 본 아빠가 이걸 왜 또 뽑았냐며 한소리 하시려는데 엄마가 먼저 "저거 시끄러워서 뽑았어."라고 말했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 선빵이 중요하다.

"그래~ 잘했어." 아빠는 구부정하게 어항 앞에 앉는다.

"아빠가 힘이 없다, 얘들아."

그렇게 말하는 아빠의 뒷모습이 짠하면서 웃겼다. 오랜만에 재롱이나 부려볼까 하여 아빠의 등에 내 등을 기댔다.

"아빠가 왜 걔네들 아빠야. 내 아빠지."

"내가 키우는데 그럼 내가 아빠지."

"아냐, 내 아빠야."

아빠의 등에 내 등을 비볐다. 씰룩씰룩. 내가 이러면 아빠는 징그럽다면서 좋아한다. 아마 좋아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가만히 계시던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물고기 밥통을 손에 쥐셨다. 물고기에게 밥을 주고는 나를 쳐다보셨다.

너도 밥 줄까? 하고 한 스푼 크게 떠서 내미셨다. 나는 꿉꿉하고 지린내 비슷한 물고기 밥 냄새를 싫어한다.

"아 냄새나~ 치워!!!"

내 반응을 본 아빠가 말했다.

"지 엄마랑 똑~같애, 아주."




사람이 죽으면 반려동물들이 마중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럼 아빠가 있는 곳은 분명 공기 좋고 물이 맑은 곳일 거다. 그 많은 물고기들과 함께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