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국민의 힘(수원정) 후보에게 별다른 유감은 없다.
관심이 없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이다.
무관심했는데, '파 한 뿌리 논란'이 일면서 보도를 보게 됐다.
언젠가 방송에서 그가 인터뷰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마도 성공한 여성들을? 인터뷰한 방송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부정확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또렷이 기억난다. 무척 놀랐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아마도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아이들 밥을 해먹인 적이 없다며,
그게 아이들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저렇게 성공한 엄마는 아이들 밥을 안 해 먹이는구나,
혹은 성공하려면 밥을 포기해야 하는구나, 했던 것 같다.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나는, 왜 식구들 끼니 걱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 탄식하다,
잘나가는 여성이 저렇게 말하는 걸 보고, 잠깐 기가 죽었다.
잠깐이었다. 단박에 수많은 잘나가는 여성들이 토로한 모성 수행의 어려움이 떠올랐다.
그게 그렇게 간단했으면 왜 모성이 페미니즘의 주요 화두 중 하나겠는가.
이수정 후보 나이대의 여성이 끼니 걱정에서 해방된 경우가 매우 드물지.
페미니스트고 뭐고, 그게 주부인 여성들의 현실이다.
여튼 대차게 끼니 지옥에서 벗어난 그가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밥 안 하고도 엄마 역할 잘 하면 되지, 했다.
'파 한 뿌리 논란'은, 그가 몰지각해서가 아니라 진짜 장바구니 물가를 몰라서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식구들 밥을 안 해 먹이는데 장을 볼리 없고, 파 한 뿌리건 파 한단이건 값을 어떻게 알겠는가.
모를 땐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건데, 파 한 뿌리 얘기는 왜 해가지고 ㅉㅉ
그런데 반전! 그가 10억 상당의 주택을 두 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
한국 사람들은 재산 증식에 대해선 무척 관용적이라 다들 그러려니 하던데,
나는 이게 더 기분 나쁘다.
역시 잘나가는 엄마의 모성 수행은 재테크지,
혹은 스펙 품앗이 등으로 기여하던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내가 끼니 해대느라 부엌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수정처럼 대물림해 줄 계급 자본이
없어서일지 모른다는 '현타'가 왔다.
아 젠장.. 비트코인 0.1개라도 사볼 궁리를 내야 하는건가.ㅎㅎ
참고로 이수정 후보를 페미니스트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는 자칭 타칭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는 단지 범죄심리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