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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Dec 27. 2021

2021년 숫자로 말하면- 매월 말 가계부 12회

2021년 연말정산



1. 인생 최초는 무조건 이쁠 것



올해. 

인생 최초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이 먹도록 한 번도 안 하던걸 하려면

무조건 눈길이 가고

손이 당겨야 한다.


상큼해서 깨물어주고 싶은 민트색 공책을 샀다.

큰맘 먹고 산 라벨 기계로 당연한 이름을 다소곳이 찍었다.


'가계부'


쓰기 시작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2021년 목표: '내가 하는 짓을 내가 알리라'






2. 1월부터 12월까지


1월에 쓴걸 보니. 정갈하고만.

3월 개학한 아이들의 각 잡힌 모습 같다.


그 당시 어떤 분께 영향을 받아

하루 각 15000원 식비, 생활비 콘셉트를 따라 하고서는

하늘처럼 받들었다.


무지출 DAY에 별표 치고 난리.

(자축 세리머니)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씩

카톡에 내 지출액과 지출처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고,

중간중간 공책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월말에 결산.


고정비는 얼마.


변동비는 얼마.


그래서 지출이 얼마.


그래서 수입이 얼마.


그래서 저축이 얼마.


너 이렇게 살았어.


현실 자각.  



1월 가계부


그러나 여름쯤.. 해서..

 규칙이 무너져내리다가

아 15000원으로는 못살겠네!!! 하면서.


가을 겨울에는 그냥 아무렇게나 휘갈겨 써놓기 바빴네.



글씨체가 말해준다. '아 뭐 이런 것 까지 적냐'



앞서간 가계부 선배들이 그랬다.


10원 단위도 적으라고 했다.

아주 작은 것.

무시하지 말라고.  


10원 단위까지 정직하게 자기 자신을 보라고. 


처음에는 따르다가 점점 내 맘대로 했다.

정석은 알았지만,

때론 반올림. 반내림. 내림. 올림. 내 맘대로.


성격 나온다.

좀 해봤다 이거지.


3월의 각은 온 데 간데 없이

8월에 엿가락처럼 늘어져있는 교실 안 아이들 같다.



특히 10월, 11월은. 다~~ 적어놓고

총액 정산을 안 했다.



무의식적 도피.

거짓말 의식적이잖아


돈을 예산보다 많이 써서 죄책감이 느껴졌는데

에라 모르겠다~배 째!!!! 했다.

그 심정이 정산을 안 해버리는 행태로 드러났군.


총액을 안 보면 마음이 편하니까.


내가 나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니까.


그니깐...

매일매일

내가 지금 왜 이 말을 하고

왜 지금 이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것만 알다 죽어도 된다니까.


아~~~~ 심오한 인간의 내면이여~




3. 그래도  매달. 적었다!!!!!




정직하고 투명하고 가혹한 숫자들.

그 숫자들 앞에 불려 가서

주절주절거렸다.


'이번 달에 귀찮아서 주말마다 외식했더니

몇십만 원 더 썼어.

담 달엔 집밥 자주 먹자~

돈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 



'준이 책을 내가 한 달에도 몇 질씩 사들이고 있구나.

이건 나를 위한 일이야.

애를 위한 게 아니라고.

인정하지?

그럼 인정하고말고.


인정하면 한 달에 한 질만 사.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잖아!

너. 중독인 듯.'





'저번에 충동구매했던 유아용 수건 걸이대는

욕실에 한번 붙여보지도 못하고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몰라.

이런 짓좀 안 그만하라고!!'





'저번에 커피는 먹기 싫은데 친구들이 다 먹으니까 먹었어.

먹고 싶은 음료도 없었는데.

난 진짜 배불렀는데.


담엔 나답게 간다.


'저는 안 먹을게요. 먹고 싶지가 않아서요~'


차마 말이 안 나와?

연습해 연습해.

누굴 위해 먹는 음료냐.'




가계부는 삶을 명료하게 해 주는데 최고다.  



명료함



때로는 시원한 명료함.

때로는 불편한 명료함.



남에게 들이대기 전에

나에게 명료함을 요구하자.



일기 쓰기와 더불어

가계부는 명료함을 지키는 최고의 도구 같다.



2022년 1월부터는

제대로 각 잡힌 가계부를 써보는 걸로.



자고로.

각은 1월에 잡아야 제맛이니까.


 

https://m.blog.naver.com/dahyun0421/221641432736

ㅡ>  따라쓴 가계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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