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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21. 2022

고추장 진미채와의 현존

현존이 별건가 시리즈 1회

1.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사르르~ 사르르~  아프다.


나 어제 뭐 잘 못 먹었나?


아닌데..

그냥 밥에 있는 반찬 먹었는데..


이건 매운 곱창볶음, 낙지볶음 뭐 이런 거 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인데...


원인을 알 수가 없네.



매운맛에 바로 반응하는 장 트러블러기에

매운 것은 늘 조심하는데

먹은 음식이 도무지 생각이 안 나네







2.

정신없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한숨 돌리니 

배가 고프다.


집에 있는 밑반찬 3종 세트를 섬주섬 꺼낸다.



그. 런. 데.. 먹다 보니...


고추장 진미채!




맵다.


매워도 너무 맵다!!!





범인은 이안에 있어!!



오늘의 초대손님: 명탐정코난


반찬가게에서 사 온 진미채의 맵기 정도는

고추 5개!


그런데 신기한 건!


어제저녁에는 몰랐단 말이지!

아이랑 남편이랑 밥 먹으면서 진미채 맛있다고 마구마구 퍼먹었단 말이지.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슬퍼진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이거 멜로디로 부르고 있으면 옛날 사~~ 람~(1탄)




3. 식구들 밥을 차리며

밥을 먹는다는 것


어제저녁에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알아챘다.


차릴 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부엌에 같이 놀자며 매달리는 아이와

한 다리로는 엉덩이를 씰룩 쌜룩~춤을 추며 놀아주고~

한 다리로는 종종 대며 밥솥에 밥을 안치고

국을 끓이고 프라이팬에 볶음요리를 했다.



밥 먹는 중에도

이것저것 더 뜨느라 다섯 번 이상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이것 좀 개선해야겠어!!!)


먹다가 장난감 가져오겠다~

(안돼!! 훈육 들어가랴~)

물 더 더 시원한 것 떠달라~

프라이 하나 더해달라~

요구하는 아이 말 들으랴~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수다도 떨어야지~



바쁘다 바빠 제일 파프~

이거 보고 멜로디 떠오르면 옛날사~~ 람 (2탄)



내 입에

고추장 진미채가 들어가는지

간장 진미채가 들어가는지 모르고 막 쑤셔 넣는 거지.


아....

주부들이여!!!!


애도하라!!!!




4. 음미하는 삶


내가 뭘 먹고 있는지,
그 음식의 맛이 어떠한지
음미할 수 있는 삶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만약 너무 바빠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바로,

삶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증거.


다들


현존~

현존~하는데

현존이 별건가.


현재에 존재하면 될 거 아니야!


오늘.


나는 준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고추장 진미채와 현존 중이다.


너... 정말 맵구나?


우엉도 오너라. 현존하자.


나물도 오너라. 현존하자.


현미밥 아. 너도 오너라. 우리 현존하자.



2022.01. 혼밥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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