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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Mar 04. 2022

교단일기(2022.0302-0304)

비폭력대화 - 앎을 삶으로 살아내기 52화

2022. 0302-0304

개학을 했고 3일이 지났다.

3일 동안의 알아차림을 기록해본다.




1. 2022. 03.02 (수) 개학날 아침

-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방학 때는 7시 반에서 8시 반에 일어났는데

개학날은 6시 반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마음이 분주하다.

머리 감기, 가방 챙기기, 사과, 떡 같은 것 먹기를 하고, 중간중간 아이가 깼는지 신경을 쓴다.  


화장을 하다가

내가 숨을 안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숨을 일부러 쉰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아무리 바빠도 학교 일상에서 숨쉬기를 하자.

고 다짐한다.


오늘은 심호흡만 제대로 해보자.




2. 2022.03.02 (수) 수업-비폭력대화로 열기


올해는 고1 8개 반을 싹 다 들어간다.

첫 시간에는 설문 종이를 돌리

무기명으로 적게 한 후,

반 전체가 나눴다.



영어 첫 시간에

아이들의 느낌과 욕구와 부탁을 반 전체로 나누었다.

아이들이 쓴 내용은...매우 슬펐지만.


한편, 너무너무 행복했다.


왜냐면

잘 연결되고

소통되고

순식간에 친밀함이 느껴지고

앞으로 수업 시간에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명료해져서 안심되었기 때문이다.




3. 2022. 03.03 (목) 학교에서 들은, 자되는 말


- 아침에 등교하는데

등교 지도하는 남자 선생님이 건물로 들어오는 학생한테

거두절미하고


"야! k80이상 끼라고!"라고 말했을 때



- 1교시 수업 시간 중 oo선생님이 주도하여

한 반씩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

급식지도를 시켰다.


그 선생님이

내가 수업하는 반의 문을 연 후,

나에게는 인사를 공손하게 하더니


다짜고짜 애들한테는

"야! 얼른 나와! 시간 없어! 얼른!"이라고  반 전체에 말했다.

(1 면식도 없는 애들인데)


아이들은 소리 없이 한 줄로 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위의 두 순간 모두

나는 몸이 움찔하며 긴장이 됐다.


아이들은 고1이었고,

학교에 나온 지 이틀밖에 안돼서 잔뜩 졸아있는데

모르는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며 반말로 하니,

더욱 쫄아보였다.


나에게 뭐에게 중요해서

내가 자극을 받았을까?


나는 친절함과 배려, 예의 같은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아이를 볼 때,
마스크를 보기 전에
그 마스크를 끼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싶고

시계를 보기 전에
그 마감시간 안에
살아있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나도. 학교에서

이 선생님들처럼.


자주 내 앞의

버젓이 존재하는 아이들을 잊어버린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까지는

채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 2022. 0304(금) 내가 한 말에 내가 놀람


오늘 첫 수업을 했던 반이 있었다.


첫 시간에는 보통은  90도로 앉아있는 법인데,

어떤 학생이 교탁 바로 앞자리인데,  들어갔을 때 엎드려 자고 있다.


짐을 풀고 이제 수업을 시작하려는 데도 자고 있다.

'얜 뭐지?' 싶었다.


나는 "일어나!"라고 앞뒤 자르고 말했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처음 보는

기분 나쁜 말투로 반말로 명령을 했다.


그 아이는 일어났고

나는 그 직후

엄청 친절한 존댓말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나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모습에

내가 좀 놀랐고,


그리고 내가 어제 들었던

두 명의 선생님의 (거슬렸던) 말투를

내가 똑!! 같이 했음을 깨달았다.


알아차린 사실을 기록하지 않으면 다 휘발되기에.

일단 다다다..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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