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십 살 김순남 Mar 05. 2024

자격지심

오십 대 후반부터 복지관에서 강의를 했다. 시간제 강사로 오전, 오후 강의를 했다. 이십여 년이 다 되어 간다. 학기가 바뀔 때 주기로 강사 재계약을 한다. 새로운 강사도 모집한다. 그때 복지관측의 사정으로 강사를 바꾸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떠나시기도 한다.     


나는 이곳이 집과 가깝기도 하고 이사를 가도 교통편이 편해서 이 십여 년이 다 되어 가도록 고수하고 있다.  초반기에는 나보다 나이 많으신  강사님들이 여러분 계셨다. 점점, 한 두 분씩 떠나가셨다. 언제부턴가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강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재계약 때는 오전반만 배정이 되었다. 오후반은 아주 젊은 선생님이 오셨다. 속으로는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 사이, 언제부턴가 느낌적인 느낌은 있었다. 그런데도 섭섭함이 크다. 새 수업이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난 학기에도 오후반 하셨던 교육생분이 전화가 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모를 젊은 분이 오셨다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저도 미처 몰라서 인사를 미리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다른 분들에게도 전해 달라고 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으신다.


“제가 너무 오래 일해서 이제 자리를 좀 비껴줬으면 하나 봐요. ~ ”


웃음 띤 소리로, 농담인 양 슬쩍 마음속 섭섭함을 비췄다. 자격지심이다. 늙으니, 조금만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마음 상하는 말을 들으면 섭섭하고 노여워지려 한다.      


어디든, 새 바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오래된 묵은 공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으면 냄새난다. 환기가 필요하다.  그런 것을 이치적으로 알면서도 내가 그 묵은, 냄새나는 공기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대접은 섭섭하다. 자격지심, 맞다. 서글퍼지려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