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트라우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바람 Apr 10. 2024

음성 부력에서 벗어나기

물의 부력은 양성부력, 중성부력, 음성부력 상태가 있다. 프리다이빙을 수심 종목을 하면 몸이 뜨는 양성부력을 지나, 몸이 뜨지도 가라앉지도 앉는 중성부력을 지나 음성부력으로 도달한다. 음성부력에 도달하면 내 몸은 마치 물에 빨려들 듯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재작년 7월 즈음 그때부터 나의 인생은 끝없이 심해고 빨려 들어가는 음성부력 상태와 같았다. 거의 2년이라는 세월 동안 음성부력을 이겨내기 위해 힘겹게 발차기를 했다. 계속해서 심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어둡고 빛이 없는 바다에서 이제 좀 나왔나. 난 이제 좀 살만한가 했으나. 생각해 보면 아직도 그 자리다.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을 치다가도 또 발차기를 멈춰 아래로 쭉쭉 빨려 들어간다.


 가해자는 서울에 살던 집 근처의 직장에 취직했다. 새로 만든 인스타에 추천계정이 떠서 호기심에 눌러버렸다. 아니 한 편의 궁금함, 괘씸함, 분노라는 감정도 한데 섞여있었겠지. 아마 프리랜서의 형태로 2군데에서 일하는 것 같다. 근데 그 2군데가 하필 그 집과 5분 거리다. 내가 아직 서울에 있더라면(물론 그랬을 확률은 희박했을 거다) 한 번쯤은 마주칠 텐데. 그랬을 상상을 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가해자는 아직 교회의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게시물엔 이런 글이 써져 있다. 성경의 시편에서 발췌된 것인데 "그대만이 나의 반석이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로다"라는 말이다. 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데.


 내가 용서하지 않은 일을 절대 용서 못 할 일을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았나 보다. 참. 하루종일 그 생각에 기분이 나쁘고 건강이 안 좋다. 아직도 관련된 내용을 보고 나면 다시 가라앉는다. 다시 프리폴(음성부력에서  몸이 가라앉는 것, 프리다이빙의 꽃이라고 불린다.)을 타고 천천히  천천히. 가끔 두렵다. 내가 이곳에서 다시 나오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으면 어떡하지? 살아갈 용기가 다시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라우마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