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자살했다. 칼을 쥐고 목에 선을 그었다. 사인은 자신의 죄책감. 나는 고통스러워했다. 나를 얽고 있는 하나의 목줄 같은 사건과 그 사건의 원인인 그가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이상한 감각에 부모님에 방을 찾아가 혼자 엉엉 울다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는 아직 살아있고, 죄책감이 없다. 단정할 순 없지만 없어 보인다. 난 그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그가 나쁘게 되길 바라는 건가? 이중적인 마음이 든다. 사람에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싶지 않다. 종종 복수를 위한 드라마에선 복수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다고 말한다. 난 혼자 이겨내려 하지 복수로 뭘 없애고, 복수하고 이런 성질은 타고나지 않은 듯하다. 그러기엔 법적 투쟁을 했으나 그건 정당하게 그가 잘못한 일의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당하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그의 잘못 또한 밝히고 싶었기에.
일어나고 나선 이런 생각들과 함께 펑펑 울었다. 자주 기억이 나지 않고, 자주 무언가를 잃어버린다. 사람들 사이에서 지치고, 가끔은 연명하는 것조차 지친다. 얼마 전엔 병원을 위해 꾸준히 서울로 가는 것조차 지쳐 그만하고 싶어졌다. 다 그만두고 싶어졌다.
'갑자기 열심히 해온 무언가가 하기 싫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이걸 해도 소용이 없다고 느껴질 땐 과감하게 그만두는 편이라고' 인생의 갈래길에서 저울을 재봤을 때 상대적으로 돌아오는 보상이 적어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다시 찾아온 무기력도 한몫하겠지만.
나는 앞으로 살아갈 거다. 내가 사는 동안 ×××도 살아가겠지. 참 피해자의 삶 버텨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