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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Oct 15. 2024

우리의 대화가 무엇인지

 대화가 끝났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처럼 구불거리고 휘청거리던 시간이 다시 일정한 선으로 변해 흐른다. 한 번씩 생각한다. 나의 시간은 어째서 이런 거냐고. 두근거리는 마음이라 할 수도 있고 그저 기관의 움직임일 뿐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라서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끝이 안 날 것 같은 순간이 어찌어찌 끝났으나 결국, 나는 밤을 새운다. 모든 게 새카맣기만 한데 잠은 제 길을 잃었는지 찾아오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까만 밤이 오기 전에 먼저 잠을 찾으러 갔어야 했는데. 마음과 기관의 활동 중 어떤 것이 더 정확했는지 그리고 그것의 좋은 것들과 싫은 것들을 나열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를 할 때면 몸속이 냄비에 물을 올린 것처럼 뜨끈해진다. 이내 손끝부터 머리끝 또 어딘가 나의 끝이 있다면 모든 끝들이 뜨거워서 흔들리기 시작하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상대의 눈은커녕 이야기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저 멀리 발끝보다 더 멀리서 축축한 슬픔이 밀려온다. 이건 병이고 약이 없는 병이고 그래서 나는 아프고 아픈데도 약이 없어서 그렇게 슬픔이 쌓여있는 것처럼 밀려오는 거라고 상대에게 말하고 싶어 억지로 고개를 들고 그의 혹은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어떤 눈은 말라 있고 어떤 눈은 비어있다. 또 어떤 눈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향하고 있다. 언제나 그들의 입보다 그들의 눈이 정직하다. 아무리 달콤하고 부드러워도 눈은 다른 말을 한다. 어쩌면 그런 오해를 확인하기 위해 떨리고 아파도 그들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다. 지금을 말하고 다음을 희망하고 사랑을 예감하는 그들의 그 순간만큼은 어쩐지 천진하다. 그리고 한없이 씁쓸하다. 그 모든 걸 끌어안고 나는 나의 밤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새카만 밤, 천진하고 씁쓸한 말들을 하나씩 꺼내어 분류한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싫었느냐고. 네가 혼자 있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아서 너무 싫어해도 된다고 속삭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가 진단을 내렸다. 아픈 게 아니라 어설픈 거고 사회성 부족이라고. 그리고 처방은 잠을 자고 일어나라고. 나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내가 가진 말발이 친구보다 부족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입을 꾹 다무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서 속으론 다른 생각만 한다. 그리고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너무 좋아하지 말자. 너무 좋아하지 말자. 너무 싫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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