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통로처럼
대학생 때 친밀하게 지내던 교회 전도사님이 있다(지금은 목사님이 되셨다). 당시 전도사님의 교회 내 사무실에도 자주 놀러 갔었는데, 그 공간에는 창문이 따로 없었다. 애초에 사무실로 사용할 공간이 아닌 곳에 임시로 사용했지만 생각보다 그 시간이 길어졌다.
전도사님께 무언가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나는, 창문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하늘 배경으로 찍힌 봄꽃 사진을 종이에 출력한 다음, 갈색 골판지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창틀을 만들어 사진 둘레에 붙였다. 그렇게 손바닥보다 조금 큰 종이 창문이 탄생했다. 선물을 받았던 전도사님의 정확한 반응은 솔직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던 그때의 내가 참 감성적이고도 독창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어느 곳에 가도 메뉴와 내부 디자인이 똑같으니 되도록이면 피한다. 그 동네에만 있는 곳이면 좋겠다. 대화하거나 독서를 하기에 적당한 소음이 있거나 조용한 곳이 좋다. 그리고. 창문이 있어 햇볕이 잘 닿는 곳을 좋아한다. 답답하지 않고 환하게 트여 있는 그 느낌. 지금도 유리 통창이 있는 동네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쉽게도 프랜차이즈 카페이긴 하지만...)
혼자만의 답답함이 있지만,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계속 익숙한 그 길로 어려운 생각들이 흘러간다. 참 고단하고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과정임을 늘 잊지 말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잘 토닥이고. '남의 눈치를 덜 본다'가 아닌 '나에게 더 집중한다'는 방향을 가져보려고 한다. 본래 J 성향이 강하지만, 너무 안정과 계획을 추구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올해는 특히 내 예상밖의 일들이 더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을 보면. 나의 한계는 물론 더 최선의 것으로 이끌어주시는 힘을 체감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오는 빛을 그대로 통과시켜 안으로 들여보내주는 창문처럼. 열린 틈으로 상쾌한 바람을 불어오게 해주는 창문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통로 같은,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