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학교 친구들과의 플레이 데이트가 있는 날, 우리는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했다. 아침에 아내는 업무를 위해 한국으로 떠났고, 그 이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엄마가 떠나는 모습에 딸은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설레는 약속이 복잡한 감정을 조금은 덜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에서 친구들의 아빠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남자들이란 ㅎㅎ), 아이들을 놀이공원 안으로 들여보냈다. 딸은 "아빠는 따라오지 마!"라며 단호하게 나를 막았다. 나는 혼자 남아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어놀았을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한시간에 한번씩은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있는지 확인도 한 것은 물론이다.
시간이 흘러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마치고 나오는 길.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처럼 보였던 그 순간이, 뜻밖에도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딸과 친구들이 헤어지려는 순간, 서로의 손을 꼭 잡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보고 싶을 거야…"라며 친구를 꼭 안아주는 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브라질로 돌아가는 친구, 잠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 모두가 그 순간에 이별을 실감한 듯했다.
그저 짧은 만남과 헤어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은 아팠다.
나도, 다른 부모님들도 다들 눈물이 핑 도는듯 했다. 아이들이 울며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작은 세계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듯했다. 우리는 이곳 싱가포르에서 늘 이별에 익숙해져 가지만, 그런 순간조차 무뎌지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나는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은 서로 연락하자며 그렇게 헤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재잘재잘 오늘 탔던 놀이기구들에 대해서 설명하던 딸의 표정은 기쁜지 슬픈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손을 잡아주는것 밖에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떠남이 일상인 도시 싱가포르에서, 우리는 또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의 눈물과 포옹은, 순간의 소중함을 더 깊이 새기게 했다. 아이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 속에서, 어른인 나도 배운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모든 이별이 마음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플레이 데이트는 끝났지만, 그 순간의 감정들은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모쪼록 아이들이 이런 과정속에서 더 성장하고, 그리고 헤어짐에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