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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준 Oct 27. 2023

3개의 명함: 사회초년생의 방황기

책상 서랍 속에 늘 보관하고 있는 명함 3장에는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 방황과 도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금은 화장품 업계에서 여섯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 3년 차까지 나는 소비재, 철강, IT업계를 거치며 3번의 산업군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 회사는 매출의 90프로가 해외 매출인 스포츠 용품 회사였다. 당시에 나는 해당 제품에 대한 큰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사를 결심했었다. 이는 순전히 해외영업 직무만을 봤던 선택이었고, 나는 마지막 학기에 취업계를 제출 후 근무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업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내가 진정으로 관심 있고, 애정하는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 방황의 과정에서 영업 제품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2차례 산업을 변경했다. 그중 한 업계에서는 센 주량이 꼭 필요한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많을 때는 일주일에 3번을 술에 할애해야만 했다. 일명 '알쓰'(알코올쓰레기)인 나는 그런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어찌하여 술의 능력을 얻는다 한들 그건 나의 진정한 실력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내가 추구하는 회사의 문화와 괴리를 느낀 나는 다시 한번 이직을 결심한다.


이런 몇 차례의 이직은 당시 내게 큰 방황의 시기였다. '물경력'만 쌓이고 있음에 걱정됐고, '만년 신입'의 레이블이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황의 시간은 어떤 터전에 농사를 지을지 찾아가는 한 농부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기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했던 경력기술서였다. 이를 농부의 농사 일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 나의 업무 경험을 남기며, 부족했던 신입사원의 일지지만 나름 내 강점과 약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에 대한 내 가치관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군의 영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해외로 전달하는 메신저(Messenger)가 되고 싶다는 가치관이었다. 또한, ‘섬세함’이라는 내 강점과 결이 맞고,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던 화장품 업계로의 전환을 결정할 수 있었다. 비록 3년의 방황 끝에 비로소 화장품 업계에 정착했지만, 그 시간들이 절대로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좋은 터전을 찾을 수 있던 일련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다양한 산업을 거쳐 화장품 회사에 정착한 지금은 지난날 방황했던 경험이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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