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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준 Jan 06. 2024

젓가락질을 바꾼 사연

얼마 전 아내와 밥을 먹다가 나온 대화입니다.


아내 : "이제 젓가락질이 완벽하네?"

나 : "그러게. 하도 연습해서 이제 예전의 내 젓가락질이 생각이 안 나네?"


18년도 사회초년생 시절, 저는 극도로 보수적인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시 그 회사 대표님은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종종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젓가락질을 못하는 친구들은 부모 교육을 탓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발언이 세셨지만, 워낙 보수적인 문화였어서 그리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제 젓가락질이 표준보다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특이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젓가락질 하나로 부모님을 욕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정용 젓가락 한 세트를 바로 구매했습니다. 성인용으로 나온 것도 있다는 사실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매일 20분 정도를 콩 집는 연습을 했습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회사를 입사한 27살의 청년이 퇴근하고 와서 콩을 집고 있다니. 부모님과 저는 모두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손이 저려오는 노력 끝에 제 젓가락질 방법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했던 순간들이 빛을 본 순간은 그 대표님과의 식사자리였습니다. 그전까지는 밥도 편하게 못 먹고, 괜히 젓가락질 이상하다고 욕을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하지만, 단점을 없애고 마주하니 더 이상 식사 자리가 불편할 일이 없었습니다.


꾸준함과 노력이 몇십 년간의 습관을 바꿀 수 있고,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지만 결국엔 제게 편한 길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매일 조금씩의 시도가 모여 변화를 만드는 것이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젓가락질을 바꾼 그때의 저를 생각하며, 올해도 좋은 습관의 일관성과 꾸준함으로 한해를 꽉 채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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