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엄마 껌딱지와 팀장님

워킹맘의 어떤 하루

"엄마, 심심해요."


쉿! 여기서는 그렇게 크게 말하면 안 돼! 자,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여기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말했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엄마 옆으로 조용히 와서 귓속말로 이야기해 줘. 절대 뛰어다니지 말고. 알았지?




가끔 휴일에도 회사에 가야 하는 날이 있다. 업무가 근무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았을 때에는 업무를 때때로 집으로 가지고 오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회사에서 처리해야 한다. 운이 좋은 날에는 애 아빠가 애를 봐주거나 어머니께 부탁을 드려 애를 잠시 맡겨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이도 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고 아이와 함께 회사에 왔다.


워킹맘이 불가피하게 6살짜리 아이를 회사에 데려와야 할 때는 준비물이 많다. 색칠공부 그림책, 색연필, 구슬퍼즐, 자동차 장난감 몇 개, 고무 탱탱볼, 동화책, 갤럭시 탭, 퀵 보드... 이맘때 아이들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비례하여 여러 가지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회사에 도착한 후에는 여러 가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엄마가 있는 곳은 저기야. 네가 있을 곳은 여기고. 이 목걸이는 꼭 목에 걸고 있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는 이 목걸이를 이 센서에 대면 문이 열려. 화장실 가는 길 찾을 수 있겠어? 엄마랑 다시 한번 가보자." "그리고 이제 뭐할까? 색칠 공부하는 것은 어때? 그래, 그럼 그림 그리고 있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살금살금 엄마에게 와서 귓속말로 조용히 말해 줘. 알았지?”

한참 당부의 말을 한 후에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회의실에서 “엄마!” 하면서 나왔다. “쉿!”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나는 다시 회의실로 뛰어 들어갔다. “엄마, 공룡 색칠 다했어요.”

“와, 알록달록 정말 예쁘게 칠했구나. 그럼 이제 구슬퍼즐을 할까?”

 

구슬 퍼즐은 6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한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에 도전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에게 좋고, 엄마에겐 잠깐의 휴식을 가져다 준다.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오늘 해야 할 업무는 마감 직전의 교정지를 마지막으로 검토하는 작업이다. 내가 피드백을 하면 담당 편집자가 바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최종 데이터를 인쇄소에 넘기게 되어 있는 일정이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살금살금 내 곁으로 다가와서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엄마, 심심해요...” “알았어. 이제 점심시간이니까 우리 잠시 쉬자.”


엘리베이터에 퀵 보드를 싣고 회사 앞 광장으로 나왔다. 아이는 신나게 퀵 보드를 탔다. 6살 아이가 엄마 곁에 있는데 말도 걸지 못하고 회의실에 있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아이와 좀 더 놀아주기 위해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사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이가 퀵보드를 더 탈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많아서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시간이 필요하다. 뛰어 노는 시간에 아이는 자신의 몸을 쓰는 방법을 익힌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업무를 다 하려면 앞으로도 4시간은 더 해야 한다. 일을 최대한 빨리 하기 위해 집중력을 끌어 모았다. 그 후에도 아이는 내 자리로 서너 번 왔다 갔다 했다. 드디어 일이 끝났다. 회의실에 가보니 아이가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떼 한 번 부리지 못하고 잠든 아이를 미안한 마음에 한참 바라봤다. 가지고 왔던 백팩에 책과 장난감들을 다시 집어넣고 잠든 아이를 조심스레 깨웠다. “꼬맹아, 일어나. 이제 우리 집에 가자.” 아이가 잠을 깰 동안 자리로 돌아와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곤 다시 회의실로 돌아가 잠이 덜 깬 아이에게 외투를 입혔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보따리 장사꾼처럼 등엔 백팩을 메고 한 손으로는 보조 가방과 퀵보드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다행히도, 업무를 잘 마무리해서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이도 잠을 한숨 잔 후라 컨디션이 좋았다. 둘이 버스정류장까지 걸으며 이야기를 했다.

 

"꼬맹아, 오늘 힘들었지? 우리 빨리 집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재밌게 놀자."




혹시 지금 당신도 어린아이와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육아와 직장 생활에 지쳐 때론 눈물 흘리고 아파도 휴가를 내지 못 하며 힘들어도 말 못 하고 있나요? 혹은 직장을 관두고 육아에 전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나요?


많이 힘들지요?


육아와 직장 생활을 동시에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우울해하지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매우 잘하고 있어요. 많이 힘들 땐 변에 도움을 청하세요.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여유를 찾으세요. 그렇게 조금만 견디면 점점 더 나아지고 그 다음엔 조금 더 나아집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 한 발 앞서 간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무한한 격려와 용기를 보냅니다. 조금만 힘내세요. 곧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편집자의 일상 엿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